[한국방송/이광일기자]
반도체 특위 안된다. 양향자면 더더욱 안 된다?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 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반도체 특위 설치가 논의되었다. 언론 보도와 관계자에 의하면, 당시 특위 설치를 제안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불가’ 입장을 밝히며 “양향자가 특위를 맡는다면 더더욱 반대다”라고 했다고 한다. 자당(더불어민주당)에서 반도체 특위 위원장까지 시켰던 양향자를 왜 반대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소위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처리 국면에서 민주당 입장을 따르지 않은 것밖에 없다. 무소속 양향자가 민주당에게 맞섰다고 반도체 특위 자체를 안 하겠다니, 국가 운영 세력을 자처하는 정당이 맞는가? 첨단산업이 사적 응징의 도구라는 말인가?
K칩스법 통과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인가?
이런 민주당 지도부의 분위기가 현재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4개월째 처리되지 않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 민주당 의원 중에는 K칩스법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부정적 기류를 솔직히 터놓는 경우도 있다. 요약하면, 민주당은 지금 양향자 때문에 법안 통과도 특위 설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검수완박에 반대했다고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겠다는 처사가 아닌가? 모든 언론과 관계자가 미국·일본 등 경쟁국의 자국 반도체에 대한 파격 지원과 한국 반도체의 도태를 걱정하고 있는데, 제1당 원내대표가 사적으로 이에 대응한다면 천인이 공노할 일이다.
양향자는 빠질 테니 K칩스법 통과시키고 특위 설치하라
전임 문재인 대통령도,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천명했다. K칩스법 통과와 국회 특위 설치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원한다면, 양향자는 특위 근처에 얼씬도 안 할 테니 부디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회 특위를 설치하길 촉구한다. 나는 한 번도 국회 특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반도체 산업만 발전한다면 나는 정치를 안 해도 좋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핑계 저 핑계 그만 대고 나라를 위해 거국적으로 결단하고, 미래를 위해 담대하게 정치하라. 이재명 대표는 “정쟁이 아닌 민생과 경제를 위해 당을 이끌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법안 통과와 특위 설치를 반대한다면, 국가를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을 위한 ‘방탄 정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