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김한규기자) 3년 만에 또다시 드라마가 한류의 불씨를 지폈다.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태양의 후예’가 세계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한국은 이미 ‘~하지 말입니다’ 유행어가 온·오프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TV 시청률은 30%를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웨이보, 일본 트위터 등에서는 “태양의 후예 송중기 정말 멋지다”, “장면들이 영화급으로 멋있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가상 국가 우르크에 파견된 특전사 장교 송중기와 여의사 송혜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으로 국내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성공 요인으로는 크게 100% 사전 제작을 통한 높은 완성도, 한국만의 창의적인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100% 사전 제작 탄탄한 기획·아름다운 영상미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 당선작 신선한 스토리
‘태양의 후예’는 처음부터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100% 사전 제작됐다. 이를 위해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방영 전 중국에서 전체 방영 승인을 받으면서 한국 공중파와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를 통해 동시 방영됐고, 중국에서 회당 평균 1억 조회 수 이상을 기록하며 앞서 회당 50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별에서 온 그대’를 이미 넘어섰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을 하면서 제작진이 장면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거듭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고, 영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시청자 김지선(26) 씨는 “매주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갑자기 스토리가 엉성해지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스토리도 탄탄해 더 좋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 드라마만의 창의적인 스토리로 국내 시청자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도 사로잡았다. 영국 BBC는 이례적으로 ‘한국 군대 로맨스 아시아를 사로잡다’라는 보도를 통해 “‘태양의 후예’의 복잡한 스토리와 우르크라는 이국적인 풍광, 군대라는 특수한 배경”을 인기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K-스토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개최하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국경 없는 의사회’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 원작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쓴 김원석 작가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 이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K-스토리 산업 활성화 사업은 꿈 있는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는 전 세계 32개국에 판매되고, 중국에서 회당 평균 1억 조회 수 이상을 기록하며 한류 재점화의 주인공으로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
전세계 32개국 판권 판매, 한 달 새 230억 원 매출
관광·관련 산업 등도 덩달아 상승곡선
현재 ‘태양의 후예’는 중국(회당 25만 달러)과 일본(회당 10만 달러)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루마니아,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대만, 홍콩,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미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32개국에 판권을 팔았다.
관련 산업계도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콘텐츠 제작사 NEW에 대해 올 2분기부터 드라마 ‘태양의 후예’ 관련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 주가를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높였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 제작사 NEW의 주가는 한 달간 50% 가까이 급등했다. 협찬사인 로만손 역시 한 달 새 주가가 18.8%나 올랐다. 차량 협찬에 나선 현대차도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태양의 후예’는 첫 방송 전 제작비 130억 원을 모두 회수했다. 이는 선판매, PPL 등을 통해 가능했다”며 “해외 판권 판매와 예정된 행사 일정을 감안하면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태양의 후예’의 전 세계적 인기로 국내 관광시장에도 신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정선군과 태백시, 경기 파주시 등은 ‘태양의 후예’ 촬영지 관광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 22일과 26일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전창준 강원도 관광마케팅과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등이 정선을 방문해 삼탄아트마인 주요 시설과 실제 촬영 장소를 둘러보고 관광 인프라 확충 및 연계 관광상품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전정환 정선군수와 김연식 태백시장은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세계 속 관광명소로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경기관광공사도 파주시를 “한류 관광상품으로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류 바람이 순탄치는 않았다. 정점과 정체기를 반복했다. 2002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의 인기는 이듬해 방영한 ‘대장금’으로 정점을 맞았지만, 이후 킬러 콘텐츠의 부재로 10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이후 2013년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3조원에 달하는 수출 경제 효과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으나, 역시 이어지는 인기 콘텐츠가 없어 3년간 정체기를 겪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태양의 후예’가 큰 성공을 거두며 다시 세계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가 일으킨 한류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사전 제작에 들어간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 허스토리’가 중국과 회당 약 27만 달러(3억15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한류 콘텐츠의 성공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준기·아이유 주연의 ‘보보경심 : 려’, 박서준·박형식·고아라 주연의 ‘화랑 : 더 비기닝’ 등도 사전 제작에 돌입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임당 : 허스토리’ 주인공 이영애 씨.(사진=SBS 드라마 ‘사임당 : 허스토리’)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월 27일 KBS 1TV ‘일요진단’에서 “‘태양의 후예’가 최초의 사전 제작 성공 사례라 무척 기쁘고 앞으로도 이런 사전 제작 콘텐츠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실제로 일 년에 1000편 이상의 드라마를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아마 미국 외에는 우리밖에 없는 걸로 안다”며 “한국이 그런 점에서 경쟁력이 만들어졌고, 콘텐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 때문에 한류가 이렇게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질 때 계속 이런 경쟁력이 유지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에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60여 편의 콘텐츠를 발굴해 56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담당자는 “중국 등 세계 전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송영상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다큐멘터리와 단막극 등 기존 지원 장르 외에 올해는 웹 드라마나 웹 예능, 다중채널 네트워크 콘텐츠 같은 우수한 뉴미디어 콘텐츠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