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창환기자] ‘왕벚나무야 푸르게 자라라’, ‘우리 가족 항상 건강하게, 아프지 말자’. 한강공원에 초
록빛 소원이 방울방울 열렸다.「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이 직접 심은 나무에 달
아둔 한마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4월 1일부터 뚝섬, 여의도, 이촌, 잠실한강공원에 시민이 직접 나무를 심는 캠
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 4인 이하의 소규모로 한강공원에 직접 내 이름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이 캠페인은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으며 진행 중이다.
화창한 날씨였던 지난 15일, 「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캠페인 참여를 위해 여의샛강생태공원에 찾아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할아버지랑 생일나무 심으러 왔어요” - 민지안(4) 양 가족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는 최혜경(42)씨 가족은, 3대가 함께 한강공원을 찾았다. 딸 민지안(4)양의 생일
을 앞두고, 생일 기념 나무를 심으러 온 것이다.
정성스레 땅을 파는 할아버지와 묘목을 옮기는 할머니를 지켜보던 지안양은 뿌리에 흙을 덮기 전 행
여 나무가 넘어질세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지를 꼭 움켜쥐었다.
최 씨 가족이 한강공원에 심은 나무는 왕벚나무로, ‘여의도’하면 ‘벚꽃’이 떠올라 이 나무를 선택했다
고 한다.
가족과 함께 안전한 야외 공간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종종 나들이를 나올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산수유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래요” - 오세환(39)․조윤희(29) 부부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오세환(39)·조윤희(29) 부부는 색다르게 결혼을 기념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 캠페인 공지를 발견했다.
결혼을 기념하여 한강공원에 나무를 심으면 의미도 있고 기억에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산수유나무를 선택했다.
산수유나무를 땅에 심고 뿌리를 덮은 후 흙을 정성스레 다지는 모습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튼튼하게
다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해 본 나무심기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뿌듯하고 즐거운 추
억으로 남았다. 내년에도 한강공원에서 나무를 심을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
히기도 했다.
“한강에서 뜻깊은 활동을 해 즐거웠습니다” - 김종수(53) 씨와 직장 동료들
한강공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한 직장에서 나온 팀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김종수(53) 씨는 직장동료들과 묘목을 들고 한강공원을 찾았다. 네 사람은
각자의 묘목을 들고 묵묵히 지정된 자리에 나무를 심었다.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푸른 한강을 만들기 위해 청단풍을 심었다는 김정훈(38) 씨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무심
코 지나갔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나무 심기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
혔다.
함께 온 배웅제(47) 씨는 “평소 두 달에 한 번씩 한강공원에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는데, 이번에는
쓰레기 줍기와 더불어 나무를 심을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라며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우는 홍도화
를 심었다고 소개했다.
‘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 캠페인, 11월까지 진행
이번 캠페인은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시민참여 한강숲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까지는 단체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이에 더해 개인․소수의 참여 기회
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작년까지 총 21개 단체에서 20,591명이, 10개 한강공원에 나무 157,498그루를 심었으며, 나무심기 이
후에도 숲 가꾸기 활동을 독려하여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된 「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는 오는 11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1,380팀이 접
수했고, 4월 한 달간 약 220여 팀이 참여했다.
단, 7~8월은 혹서기로 나무가 뿌리 내리고 자라는데 어려움이 있어 나무 심기가 잠시 중단된다.
활동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그룹인원을 제한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김상국 한강사업본부 공원부장은 “‘나무 심으러 한강 가요’ 캠페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셔
서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도 한강사업본부는 한강공원을 더욱 푸르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