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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가 마주하고 있는 변화와 미래

대한민국의 앞날을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
(본 기고문은 국회미래연구원과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현)

정의당 당 대표(전)

17, 19, 20대 국회의원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화에 마주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불평등과 격차, 끝없이 추락하는 인구절벽은 대한민국 존립 자체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변되는 환경문제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 역시 기존 사회질서를 전복할 만큼 근본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먼저 불평등의 문제를 보자. 대한민국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3년 1인당 GDP 67달러에서 2018년 GDP 30,000달러를 넘어 섰다. 이렇게 경제성장을 하는 동안 그 그늘도 깊고 넓어졌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다.


불평등하고 불안한 미래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세계 최저출산율이고 그 귀결은 대한민국의 소멸이다.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은 바가 있다. 지금처럼 아이를 안 낳는다면, 5천만 인구는 2,100년에 반 토막이 되고, 2,750년이면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절망을 생산한 현 정치시스템이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우기란 기대하긴 어렵다. 이 같은 경제적 실패로 인해 혁명과 같은 정치적 폭발이 있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덧 4차 산업혁명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급격한 기술발전에 한국은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나라이면서 또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한 나라이다. 그러나 많은 정치가들은 1960년대‘산업입국’, ‘경쟁력 강화’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물질적 생산력을 높이는 2차 산업혁명과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변화와 똑같은 정도로 사회혁신과 사회구조 변화가 중요하며, 이 두 가지가 불가분 융합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기술혁신만 앞세울 경우, 최근 카풀 도입 과정과 같이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의 일상화이다. 결국 정치는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주체, 다른 발전경로, 참신한 수단이 필요하다. 기존 기득권 세력, 낡은 생각, 오래된 관행으로는 오히려 기존의 질서로 후퇴하기 십상이다. 역사적으로 토마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가 이끄는 전기 혁명 조차 그 완성은 미국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와 그 정치연합에 의한 시스템 개혁 성공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결국 대한민국이 마주하는 변화의 핵심에는 정치의 역할이 있다. 정치가 어떠냐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또 다른 질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끝없는 불안과 갈망에 빠져 있는 수많은 대중 앞에 서 있으며, 상반되는 논리와 불확실한 환경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


피해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새로운 변화에 맞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거나 외면해 버린다면, 대중의 불안과 갈망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모른다. 이성과 진리 위에 축조된 엘리트 대의정치의 붕괴를 의미하고 디지털 혁명과 손잡은 대중은 직접 정치에 나서게 될 것이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해묵은 이분법 넘어서 사회 전체의 혁신을 말해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주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인 만큼 새로운 방향의 사회정책, 교육정책,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이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익힌 숙련과 기술로 얻은 일자리가 몇 년이나 유효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측하기 힘든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격차 해소와 저비용 구조의 생활 패턴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극심한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이는 완전고용 보장을 전제하는 복지시스템을 넘어 기본소득의 문제 틀을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소수는 물론 새로운 변화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들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무엇이 옳고 틀린 지도 알 수 없는 세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간은 한국 정치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이 시간을 거치며 한국 정치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로 되돌아 갈 지에 대한 판가름이 날 것이다. 나는 한국 정치가 절망스러운 현실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낼 수 있을 것이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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