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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현재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



국회의원 유민봉

제20대 국회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前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前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미래는 어떤 사회일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예측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초지능ㆍ초연결 사회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서로 ICT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여기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가 등장할 것으로 이해한다. 지금보다 지능화, 개인화, 연결화, 탈권위적, 탈집권적, 디지털화된 사회적 특성이 훨씬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한국사회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한국사회는 오랜 가부장 문화를 유지해왔다. 비록 가정에서의 전통적인 아버지(부)의 권위는 점차 약화 되어 가고 있지만 정부, 기업, 정당, 교육기관, 언론사, 시민단체, 이익집단, 종교단체 등등 조직의 규모와 유형을 불문하고 1인 보스 중심의 위계적 권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의사결정의 권한이 조직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장에게 그리고 아래보다 위에 집중되어 있다. 조직 내 부서 간에도 힘의 차이, 역할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있다. 정부가 민간 기관에 비해 우위에 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우위에 있고, 1차 납품업체는 2차 납품업체보다 우위에 있다. 우리 사회 곳곳이 갑을의 수직적 구조라 할 수 있다. 모든 개인이나 조직이 위계의 사다리 어디엔가 위치하다 보니 갑인 동시에 을이기도 하다. 자연의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모양을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전체 모양과 유사하다는 프랙탈(fractal) 이론처럼 대한민국의 문화 DNA를 감히 1인 보스 중심의 위계 문화라고 할 만하다.


집단주의 문화는 세계적인 문화학자 호프스테드(Hofstede)나 트롬페나르(Trompenaars) 등이 일관되게 주장한 동양권 및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이다. 가족을 단위로 시작한 한국의 집단주의는 학교, 직장, 지역, 종교, 정파 등등 다양한 집단에서 나타난다. 특히 개인의 목표나 이익보다 집단 전체의 목표나 이익을 우선한다는 일반적인 집단주의 특성 이외에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폐쇄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집단 내의 구성원끼리는 ‘우리(we)’라는 의식이 강하지만 다른 집단과는 울타리(fence)를 치고 ‘우리(cage)’ 안에 갇히는 특성이 나타난다. 집단 내의 구성원끼리는 이유 없이 신뢰하고 집단 밖의 사람들은 불신한다. 즉, 한국사회는 1인 보스 중심의 위계적 집단문화를 특징으로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차등이나 경계 없이 교류되고, 기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면서 신기술이 나와야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분권적이고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보다는 이런 변화의 노력이 최고 보스의 권위에 의해서 위축되고 결정을 받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기 쉽다. 기관 간 칸막이가 심해 보유 데이터의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데이터 결합에 의한 부가 가치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래사회에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민첩함(agility)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 경직성(rigidity)이 너무 강하다. 산업화 시기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 또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민첩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해법이 쉽지는 않다. 문화는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믿음체계로서 경로 의존성을 가지기 때문에 개인 혼자서 문화의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에서 위계성을 타파하기 위해 직급·직책이나 존칭을 버리고 닉네임 또는 ○○님 등으로 부르는 시도를 하지만 결과가 좋다는 실증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정도로 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자 하는 국가 간 경쟁은 우리에게 지금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1인 보스 중심의 위계적 집단문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문화적 특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인 보스가 권위적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 되는 리더의 자기 변신에 우선 의지해야 한다. 민주적, 분권적, 수평적 융합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문화이기 때문에, 보스의 결단과 힘에 의존해서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와 역방향이기 때문에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저항이 세고 이를 이겨낼 의지와 노력이 더 강해야 한다. 문화의 관성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구성원에게 비전과 영감을 불어넣고 인식구조를 바꾸어 주는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정치권,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의 리더,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이런 변화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미래사회의 주역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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