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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한국학 120주년 기념전

- 189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어 강좌를 시작한지 12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한국의 단색화”전 러시아에서 성황리에 개막
-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이 손잡고 러시아 최대 현대미술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정수 선보여

[한국방송/최승순기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어 강의를 시작한지 12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지난 10월 12일 러시아 최대 현대미술관인 에라르타미술관에서 《수행의 길: 한국의 단색화》전이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이 공동주최한 이번 전시는 권영우, 김기린, 김창열, 신성희,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하종현 등 한국의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노상균, 문범, 이강소 등의 포스트 단색화 작품들까지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를 주제로 했다.

 

1970년대 초, 한국의 현대 미술가들은 회화에 대한 진지한 실험에 천착했다. 그들은 단순히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전통적인 예술관에서 벗어나 ‘왜 그려야 하는가?’, ‘회화란 무엇인가?’, ‘한국의 정신적 특질을 무엇인가?’ 등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진정한 한국 현대미술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단색화’이다.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만을 표현했던 미니멀리즘과 예술에서 물질적 측면보다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했던 개념미술은 단색화의 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전의 전통적인 미술은 물질이라는 재료에 기초해 작품의 제작과정이나 창작의 동기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최종의 결과물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개념미술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관념을 부정하고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작품 창작의 아이디어나 제작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개념미술의 새로운 창작태도, 반 물질적 태도와 더불어 한국의 미술가들이 단색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배경에는 동양의 독특한 정신적 전통이 있었다. 동양미술의 특이한 점은 그림으로 수양(修養)을 했다는 점이다. 동양의 옛 선비들은 마치 무예를 연마하거나 도(道)를 닦듯 그림이나 서예를 통해 수양을 쌓았다. 이처럼 한국의 단색파(Dansaekpa) 작가들에게 ‘회화’는 단순히 질료로 환원하는 예술적 행위를 넘어선 동시에 정신적, 개념적 실험이었고 수행(修行)이었다.

 

한국의 단색화는 미니멀리즘의 물질적 차원과 개념미술의 정신적 차원, 그리고 동양의 수행(修行)적 문화가 결합되어 탄생한 한국의 현대 미술사조인 것이다. 단색화는 단순한 기술적 차원을 넘어선 예술이었고 철학이었다. 《수행의 길: 한국의 단색화》전에 선보인 단색화 작품에는 동양적이고 민족적인 원형을 바탕으로 한국적 현대미술을 정립하려는 한국 현대미술 선구자들의 고민과 수행이 담겨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윤금진 교류이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 한국학 교육 120주년을 맞는 뜻깊은 계기에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되어 더욱 뜻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간 문화예술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전시에 참여한 11명의 작가들은 40년 이상 한국적 색과 정신, 그리고 삶이라는 주제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해왔으며, 이번 전시가 러시아에 한국의 대표 작품을 소개하고 참여작가들이 걸어온 세월을 보여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교수 및 학생들과 에라르타미술관 연간회원,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외교 사절 등 약 150명의 관람객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으며,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한 달 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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