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참석은 최소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진정한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제사회 데뷔가 될 것이다. 필자는 외교부에 재직할 때 임기 5년의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 첫 해에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것이 실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어떤 다자정상회의도 유엔 총회와 같이 많은 수의 정상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활용해서 가급적 많은 정상들과 수인사를 나누는 것이 5년간의 대통령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추가적 설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둘째,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협의 기회가 제공된다. 각국 정상들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할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주요국 정상과의 양자 협의를 통해서 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안보리도 이번 총회 계기에 북핵문제에 관한 장관급 회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는 특히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북핵 대응 정책을 공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총회 의장인 미로슬라브 라이착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이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셋째, 제72차 유엔총회 의장인 미로슬라브 라이착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은 이번 회기의 주제를 ‘사람을 근본으로(Focusing on People)’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이 주인’ 국정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총회 기조연설 같은 기회를 활용해 우리 정부의 국정 기조를 설명함으로써 총회의 논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선도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오늘날 테러, 폭력적 극단주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난민문제 등 세계적 문제에 대처하는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우리가 지속적인 관심과 기여로 동참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해 줄 수 있다.
넷째, 내년 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기간 중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행사도 개최될 예정이다. 유엔 내에서도 국제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북핵으로 인한 안보 위기와 산적한 외교 현안에 직면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 외교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적 우선순위와 중장기적 외교 목표를 조화시켜서 ‘급하고 중요한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모두 잘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국가와 민족의 앞날은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고 열어 나가야만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