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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교의 ‘생생지생’ 정신 ‘국정농단’ 갈라진 한국사회 치유

국내 유일 무속 칼럼니스트 조성제 소장

“떡을 왜 떡이라고 할까요?” 제사상에 오르는 떡의 어원을 묻는다. “글쎄요….” “떡의 어원은 바로 덕(德)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이롭게 베풀라는 뜻이죠. 제사상의 떡은 혼자 먹지 않고 반드시 이웃과 나눠 먹었어요. 그래서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낳으라는 것도 덕이 두꺼비같이 후덕한 아이를 낳으라는 것입니다.” 다시 묻는다. “단군은 왜 단군이라고 했을까요?” 기다리지 않고 해답을 준다. “단을 설치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기에 단군이라고 했어요.” 점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또 묻는다. “무당의 무(巫) 자는 어떤 뜻일까요?” 그의 설명이다. “무자는 공(工) 자와 두 명의 인(人)으로 구성돼 있어요. 공은 일을 전문으로 하는 숙달된 사람이란 뜻이죠. 단군왕검을 대신해서 하늘과 땅에 제를 올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남녀 두 사람을 뜻하죠.” 강력계 형사 출신으로 국내 유일한 무속 칼럼니스트를 자처하는 조성제(64)씨를 지난 23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났다.

1989년 강력계 형사 ‘황해도굿’에 빠져
경찰복 벗고 외로운 무속연구 30년째
“무당 1천명 굿판 쫓아다녔더니 보여”
무속이론 정립·선무당 감별법 등 제안


‘아시아 6개국 샤머니즘’ 다큐 상영회
“만물 가치 인정…어디서나 공동체 구심”


 

조씨에게 되물었다. “왜 굿이라고 이름을 붙였나요?” “그 어떤 민속학자도 연구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강희자전>에 이런 표현이 있어요. ‘땅이 높은 곳을 구(丘)라고 한다. 높아서 하늘 섬기는 일을 한다.’(土地高者曰丘, 因高以事天) 하늘을 섬기는 장소인 구에서 굿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아시아 6개 나라의 샤머니즘을 비교 탐사한 <아시아 샤머니즘 루트 대탐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 22일부터 새달 5일까지 3회에 걸쳐 서울 종로 태화빌딩에서 다큐 감상회와 함께 무료 강연을 하고 있다. 무당만이 아니라 무속에 관심있는 일반인 등 40여명이 강연을 듣는다. 일본·몽골·베트남·네팔·러시아와 한국의 샤머니즘을 비교 분석하는 그의 강연은 치밀한 현장감이 특징이다. “무속이라면 종교와는 달리 낮은 차원의 정신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주민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또 치병도 합니다. 이제 샤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가 왔어요.”

그의 ‘광적인’ 무속 연구는 거의 30년째다.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던 그는 1989년 우연히 황해도굿을 보고 무속에 빠졌다. 12년간의 경찰공무원 자리를 과감하게 접고, 무속학자의 외로운 길을 걸었다. 그동안 1000여명의 무당을 만나고, 숱한 굿판을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보였다. 한국 무속의 병폐가 보였고, 새로운 접근 방법이 보였다. 그래서 무속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00년 <세계무속신문>을 창간하여 편집국장을 지냈고, 무교 교양대학도 개설했다. <신을 조롱하는 무당>, <상고사 속의 무속 이야기> 등의 책을 써 무속 이론을 세우고, 무당의 자질 향상 운동을 펼쳤다. 지금은 ‘무천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무속인들이 덩달아 욕을 먹는 현실에서 그는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인다. 그가 지금까지 연구와 체험을 통해 찾아낸 무교의 정신은 ‘생생지생’(生生之生)이다. “생생지생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정신입니다. 천신·지신·석신·나무신 등 온갖 신을 모시니 무당을 만신이라 불러요. 무교의 신들은 높고 낮음이 없고, 서로 간섭하고 명령하지도 않아요. 이런 생생지생의 정신 덕분에 한민족은 그 어떤 종교가 들어와도 거부하지 않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는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선민사상에 빠져 있는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족종교인 무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조 소장은 전통의 무교가 여타 외래 종교에 비해 뛰어난 점도 꼽는다. “대부분 종교는 특정 집단이나 권력이 유일신을 내세우고, 경전으로 행동을 제약하고, 조직을 만듭니다. 반면 무교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순응했지, 특정인이나 경전의 숭배를 강요하지 않아요. 물론 경전이나 조직도 없지요.” 그는 삼국시대 불교 이래로 외래 종교들이 민족의 정체성과 개성을 말살하고, 인간성을 파괴해 온갖 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불씨가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거액의 광고비를 쓰거나, 겁을 주고 굿을 강요하는 무당, 돈 많이 번다고 내림굿을 강요하는 무당과 예약을 하려면 한 달 또는 두 달 기다려야 한다는 무당, 반말하고 욕하면서 기죽이는 무당과 집요하게 연락을 하는 무당은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일부 무당은 ‘신내림’이라는 갑작스럽고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무속인이 됐다고 생각해 그 보상심리로 돈을 좇게 된다”며 “준비 없이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에게 인성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굿을 체계화해 힐링 축제로 만들고, 세련된 공연으로 세계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귀신은 있나요?”라는 물음에 “당연히 있다고 믿는다”고 대답하는 그는 자신의 환갑날 지인 100여명을 불러 하루 종일 조상에게 감사하고 귀신을 위로하는 굿을 하며 즐겁게 놀았다며 환히 웃었다.


* 조성제 무천연구소 소장

"단기4350년 어천절대제전"에서도 인문학 콘서트를 통해서 무속의 근원과 상고사 관련해 토크 콘서트 진행

(사단법인 현정회 이건봉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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