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최동민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경실련은 오늘(11월 6일)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지구당 부활 논의에 따른 ‘17개 시․도당 위원장 및 서울시 당협위원회(지역위원회) 위원장 선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치권에 지구당을 부활하고자 한다면, 기득권 중앙 정치인이 지역 정당조직을 독점하는 구조부터 해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구당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에서 당원 관리, 교육, 민원 해결 등의 역할을 맡았으나, 막대한 운영비와 이로 인한 부정부패 문제, 사당화 우려 등으로 인해 지난 2004년 폐지되었습니다. 최근 다시 지역에서의 당원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위원장으로의 권한 집중과 방만한 운영, 음성적 정치 자금 운용 및 정경유착 등의 문제가 우려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경실련은 지구당 폐지 이후 지역의 정치를 맡고 있는 시·도당과 당원협의회(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의 위원장이 민주적으로 선출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취지에 맞게 지역 정치인 등 정치 신인이 시도당과 당협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17개 시·도당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개 중 6곳(35.3%), 국민의힘은 17개 중 15곳(88.2%)이 위원장을 단독출마로 선출하여, 권리당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현직 시도당 위원장 대부분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기득권 중앙 정치인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평균 5.3년 선출직 경력(17명이 56회 공직선거 출마, 33회 당선, 총 90년)을 가지고 있고, 국민의힘도 역시 1인당 평균 5.3년 선출직 경력(17명이 53회 공직선거 출마, 29회 당선, 총 90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들 중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등 중앙정치 선출직 경력이 10년 이상인 시·도당위원장에는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 심재철 경기도당위원장,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이 포함되었습니다.
한편, 지구당 폐지 이후 사실상 지역의 당원 관리 역할을 하고 있는 당원협의회의 경우에도 위원장 선출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당원이 지역위원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으나, 현직 국회의원 등 특정 상황에서는 당무위원회가 인준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지역위원장으로 자동 선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현직 국회의원은 대부분 당연직으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민의힘 역시 최고위원회 의결로 선출되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현직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기득권 중앙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6.3년의 선출직 정치경력을 보유(47명이 총 155회 공직선거 출마, 112회 당선, 총 298년) 중이고, 국민의힘은 1인당 4.5년의 선출직 정치경력을 보유(42명이 141회 출마, 67회 당선, 총 184년) 중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들 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중앙정치 선출직 경력이 10년 이상인 당협위원장에는 안규백 동대문갑 지역위원장, 이인영 구로갑 지역위원장, 김영주 영등포갑 당협위원장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통해 볼 때, 경실련은 지구당 폐지 이후 지구당 대신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마저도 비민주적 선출과 사당화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실정에서 지구당 부활이 과연 국민에게 정당 민주주의 활성화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경실련은 정치권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지구당을 부활하고자 한다면, 현재 중앙 정치인이 지역 조직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참여 배제, ▲시도당 위원장 및 당원협의회 위원장 당원이 직접 선출, ▲국회의원의 시·도당위원장 및 당원협의회 위원장 겸직 금지 등을 촉구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