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토지 인도 청구 소송의 피고측을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한 적이 있었다. 토지 소유자가 자신 토지를 점유한 피고를 상대로 토지 인도를 구하고 점유에 따른 사용료를 청구하는 사건이었는데 통상 토지 인도 소송과는 사건 발생 경위가 달랐고 소송 중 의뢰인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여 필자에게는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 LH 사태가 터지면서 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겨보게 되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서울 서초구 소재 대규모 화훼단지 내 농지를 3명이 돈을 모아 3인 중 일인의 자녀인 원고 이름으로 취득한 후 그 농지에 비닐하우스 몇 동을 신축해 그것을 분양하였는데 필자 의뢰인들은 그 비닐하우스에 화분이나 분재, 식물 등을 놓고 판매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크기에 따라 수 천만원에서 몇 억원을 주고 1동 씩을 분양받았고 분양계약서에는 비닐하우스에 지상권을 인정하고 그 지상권은 농지가 수용될 때까지는 존속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기억된다.
농지를 취득한 3인은 애초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지상권 대가로 필자 의뢰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농지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계획이었기에 농지취득자격이 주어져서는 아니되었고 더 나아가 농지를 명의신탁까지 하였으니 위법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물론 필자 의뢰인들 역시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기 위해 임차한 것이 아니고 농지 지상에 신축된 비닐하우스를 분양받아 그곳에서 화분이나 분재, 식물 등을 판매하기 위한 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임차하였기에 하였기에 그것이 화훼단지 관행이었고 농지법에 허용되는 임대차인지를 몰랐다 하더라도 불법에 가담한 책임은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나중에 위와 같이 비닐하우스를 분양받은 또 다른 임차인이 농지 소유자와 갈등이 생기자 서초구청에 농지 소유자가 불법적으로 농지를 임대차하였다고 신고하여 서초구청 담당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를 한 후 농지 소유자인 원고에 대하여 농지 원상회복과 처분명령을 내렸고 원고는 이를 이행한다며 해당 농지 지상 비닐하우스를 분양받은 의뢰인들을 상대로 비닐하우스 철거 및 비닐하우스가 터잡고 있는 농지 인도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불법을 스스로 자초한 자가 그 불법을 원인으로 형성된 계약관계를 부정하면서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퇴거하라고 하니 의뢰인들로서는 그 억울함을 이루 표현할 수 없겠으나 대법원은 농지법에 위반한 농지 임대차는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어 비닐하우스를 분양받기 위해 농지를 불법 임차한 의뢰인들이 법에 호소할 만한 사유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에서 받아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그것을 분양한 자와 그곳을 판매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농지를 임차한 자들이 비단 필자가 맡은 위 사건 당사자들만은 아닐텐데 그때 필자 사건 이외 다른 주변 농지에 관하여 서초구청에서 추가로 조사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지금도 서초구 소재 화훼단지는 비닐하우스에 간판을 내걸고 성황리에 영업중에 있으며 봄이 되면 화분이나 모종을 사기 위해 자동차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단속기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화훼단지에서 불법적인 비닐하우스 분양과 농지 임대차가 이루어지고 있어 언젠가 비닐하우스를 분양받은 임차인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상황이 또 발생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일삼는 임대인과 그가 투기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신축한 비닐하우스를 분양받아 안정적으로 화분과 분재, 식물 등을 판매하려는 임차인의 욕구가 맞아 떨어져 불법적인 농지 임대차가 관행이 되었고 거기다 진정과 민원에 의하여만 움직이는 사후 농지 관리 시스템이 합작하여 오늘도 화훼단지는 위태로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