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기순기자]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 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 작년 MBC 예능 프로
그램에서 가수 유산슬이 합정역(2‧6호선)을 소재로 다룬 노래 ‘합정역 5번출구’를 발표하면서 큰 인
기를 모았다. 1974년 당시 만들어졌지만 노선 조정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신설동역 유령 승강
장’은 가수 EXO, TWICE 뮤직비디오, 드라마 ‘아테네: 전쟁의 여신’ 등의 촬영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
다.
하루 75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은 시민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친숙한 존재다. 이 때문에 지
하철을 소재로 다룬 대중가요,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대중매체 속에서도 서울 지하철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이처럼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고 있는 서울 지하철의 모습을 소개했다.
<가수 유산슬, 동물원, 자우림 등 노래 제목‧가사에 서울 지하철 역명 소재로 다뤄>
우선 대중가요 속 서울 지하철은 유산슬의 ‘합정역 5번출구’가 대표적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 그룹 동물원이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라는 노래에서 1‧2호선 시청역을 제목으로 언급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합정(合井)역 이름의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일대 인근 처형터에서 망나니
들이 칼춤을 추기 전 물을 뿜기 위한 우물을 만들었는데, 우물 바닥엔 한강에서 흘러들어온 조개
껍데기가 많아 조개 우물이란 의미의 ‘합정(蛤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합(蛤)’ 자가 어렵다고 해 ‘합(合)’ 자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시청역은 과거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시청앞역’이란 이름이었지만 이후 1983년 6월
‘시청역’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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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정역 5번 출구(좌) 및 시청역 승강장(우)의 모습 |
밴드 자우림의 노래 ‘일탈(1997년 발매)’에는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이란 가사가 있다. 1‧2호
선 환승역으로 일일 이용인원이 40만 명에 달해 혼잡하기로 유명한 신도림역을 재치 있게 표현한 가
사다. 가수 왁스의 노래 ‘지하철을 타고(2002년 발매)’에도 ‘지하철을 타고 약수역 금호역 다리 건너 압구
정에 내려~’라는 가사가 나오는 등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 속에도 서울 지하철이 언급된 경우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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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림역의 혼잡한 모습(좌) 및 동호대교 진입 전에 나오는 옥수역(우)의 승강장 |
지하철 역명을 노래 제목이나 가사 등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지하철 역명은 ‘서울 지하
철 역명 제‧개정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역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시 지명위원회
를 거쳐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역명에 대한 별도의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없기에 현
재로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신설동 유령 승강장’ 등 뮤직비디오‧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작년 총 336건 촬영>
서울 지하철은 뮤직비디오‧드라마 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촬영지 중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2호선 신설동역에 위치한 이른바 ‘유령 승강장’이다. 옛 지하철 역명판과 노란색 안전선이 그대
로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세월의 흔적도 엿볼 수 있어 공사는 이 승강장을 드라마‧뮤
직비디오 등 촬영지로서 재활용했다.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은 과거 5호선 설계 시 운행 구간으로 계획된 공간으로, 1974년 1호선 건
설 당시 미리 구조물을 지어놓았으나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됐다.
우선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뮤직비디오는 ▴그룹 TWICE의 ‘CHEER UP(2016년)’ ▴
비스트의 ‘리본(2016년)’ ▴ B.A.P의 ‘One Shot(2013년)’ ▴EXO의 ‘LIGHTSABER(2015년)’ 등이다.
드라마의 경우 ▴KBS ‘아이리스(200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2019년)’, ‘싸우자 귀신아(2016년)’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 등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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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의 모습 |
이러한 ‘유령 공간’은 2‧6호선 신당역, 5호선 영등포시장역, 7호선 신풍역‧논현역에도 존재한다. 타 노
선과의 환승을 위해 미리 구조물을 건설했지만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곳들이
다. 공사는 이들 공간 중 신당역과 신풍역을 신설동역처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논현역은 원래 11호선과의 환승이 예정돼 있었다. 이후 계획이 변경돼 신분당선 연장구간(강남-신
사)과의 환승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영등포시장역은 10호선과의 환승이 예정돼 있던 곳이다. 현재는 지역 주민과 함께 문화 테마역으
로 꾸며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신당역과 신풍역도 10호선과의 환승이 예정돼 있던 곳이다. 두 역의 ‘유령 공간’은 안전 및 접근
성 등을 고려해, 촬영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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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역 ‘유령 공간’의 모습 |
작년 한 해 지하철 내 촬영은 총 336건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촬영 장소는 6호선 녹사평역(21건)
이었다. KBS 다큐멘터리 <용산공원, 그 미래를 묻다>, 우리은행WON 홍보영상 등이 촬영됐다. 서울
시가 작년 3월 녹사평역 내 공공미술과 자연의 빛, 식물이 어우러진 ‘공공예술정원’을 개장한 후 호평
을 받으면서 많은 신청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이어 왕십리역(12건), 신설동역(10건)도 촬영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왕십리역은 작년 지하철 경찰대
를 주제로 다룬 tvN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2019년)’의 주 무대가 됐다.
지하철 안에서 촬영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사는 누리집(http://www.seoulmetro.co.kr)
내 <시민 참여-시설물 촬영> 안내 페이지를 통해 촬영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촬영 시 발생될 수 있
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사는 승인되지 않은 지하철 내 촬영은 금지한다.
영화‧드라마‧광고 등 영리영상물의 경우 휴일을 제외한 촬영 희망일 7일 이전까지 서울영상위원
회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공사가 지정한 별도 촬영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비영리영상물의 경우 휴일을 제외한 촬영희망일 4일 이전까지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이후 공사의 승인을 받은 신청자들은 지하철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역사 내 마련된 예술무대서 음악, 춤 등 공연…교통수단 넘어 문화‧예술 공간 변신>
한편, 서울 지하철은 공연을 원하는 시민들에게도 항상 열려 있다. 공사는 역사 내 마련된 예술무대에
서 예술가, 일반 시민들의 음악, 춤, 퍼포먼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사는 매년 3월 신청을 통해 시민 중 예술인으로 인증 받은 공연팀을 ‘메트로 아티스트’로 선발
한다. 이들은 1~8호선 역사 내에 마련된 예술무대에서 매월 시민 대상으로 음악, 춤, 퍼포먼스
등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
일반 시민도 소정의 신청 절차를 거치면 예술무대를 이용할 수 있다. 예술무대가 설치된 역에 방
문해 신청서를 접수하면 공사가 심사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큰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시민들
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순수 공연이라면 가능하다.
예술무대는 2호선 선릉・사당역, 4호선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6호선 삼각지역・월드컵경기장역, 7
호선 이수역・노원역 등 총 7곳에 설치돼 있다.
이 외에도 지하철 내 문화‧예술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공사 누리집의 <시민 참여→문화스테이
션> 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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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역사 내 위치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좌) 및 노원역(우) 예술무대의 모습. |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하철은 이제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문
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서울 지하철은 올해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문
화예술철도’ 계획과 발맞춰 시민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해 나갈 예정이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