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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지역맞춤형 일자리, 공방카페서 해답을 찾다

[마을공방 우수사례 현장을 가다] 대전시 동구
청년층·다문화 이주여성 고려한 ‘커피’ 주제 아이템 발굴…민관협업으로 순항 중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일자리 창출은 최근 우리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정부부처부터 각 지자체, 민간에서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질 좋은 일자리를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도 일자리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동네의 버려진 공간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변신한 것이다. 바로 행자부의 ‘마을공방 육성사업’을 통해서다.


행자부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방 육성사업’에는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총 37개 지역의 사업이 선정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거나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 중에 있다.(편집자 주)


대전 중앙시장 한 켠에 위치한 커피점토공방카페 ‘커피클레이(COFFEE CLAY)’. 문을 여니 그윽한 커피향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어서오세요!” 20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통유리창 너머 작업장에서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한창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행자부의 마을공방 육성사업에 선정돼 유후건물 리모델링과 용도변경, 영업신고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어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죠.” 김지순 대전시 동구 경제과 계장이 커피클레이에 대해 설명했다.

커피점토공방카페 ‘커피클레이(COFFEE CLAY)’의 전경. 지역의 버려진 공간이 카페로 확 변신했다. 공간을 꾸미는 데도 지역 청년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가 크다.
커피점토공방카페 ‘커피클레이(COFFEE CLAY)’의 전경. 지역의 버려진 공간이 카페로 확 변신했다. 공간을 꾸미는 데도 지역 청년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가 남다르다.

“동구는 1200가구가 다문화 이주여성들로 구성돼 있고 청년층의 공공분야 일자리 참여 비율도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해 있죠. 이런 구의 특성에 맞게 이주여성들과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공방 사업 아이템을 찾고 싶었습니다”. 카페문화에 익숙한 청년들에게도, 커피에 이질감이 적은 이주여성들에게도 커피를 주제로 한 마을공방 아이템은 주효했다.  


그렇게 대전시 동구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벤처기업인 (주)커피큐브와 손을 잡았다. 마을공방에서는 커피찌꺼기를 활용, 커피블럭을 만들어 유아용 교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체험학습이 가능한 커피점토공방카페를 개소했다. 그 곳이 커피클레이다.


동구청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 중 지원자를 받아 마을공방 사업에 참여할 인력을 선발했다. 이주여성 선발에는 지난해 말 업무협약을 체결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마을공방 사업에 뜻을 모은 김지순 대전시 동구 경제과 계장(오른쪽)과 임병걸 (주)커피큐브 대표이사.
마을공방 사업에 뜻을 모은 김지순 대전시 동구 경제과 계장(오른쪽)과 임병걸 (주)커피큐브 대표이사.

“지금 이 곳에서는 4명의 청년들과 7명의 이주여성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표정들 보이죠? 요즘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체험행사를 진행하느라 주말에도 쉴 틈이 없지만 다들 무척 즐겁게 만족해하면서 근무하고 있답니다”. 과연 김 계장의 부연설명이 필요없이 근무하는 참여자들은 누가봐도 싱글벙글한 모습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김 나타리야(41)씨에게 커피클레이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 “제 아이디어로 상품이 만들어져 판매가 되니 신이 납니다.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요.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던데 저희에게는 월요병이란 단어가 없어요”.


유창한 한국어로 소감을 밝히는 김 씨는 벌써 한국생활 11년차 베테랑이다. 이 곳에서 김 씨는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왕언니로 통한다.


“커피클레이에서 일하기 전에는 동구에 어떤 이주여성들이 사는지도 전혀 몰랐는데 지금은 다들 한 가족이 됐어요. 누가 아프다하면 서로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하고. 힘든 일을 겪으면서 더 가까워졌죠”. 그에게 커피클레이는 돈을 버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상황의 이주여성들을 통해 한국생활에서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또 다른 가족을 만나는 장소 이상의 곳인 셈이다.  

김 나타리야씨가 커피클레이에서의 근무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 나타리야 씨가 커피클레이에서의 근무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안지현(25)씨에게 커피클레이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장이다. 커피제조부터 위생관리, 매장발주 등 카페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안 씨는 이전에 기업 소유 카페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 때는 지시하는 것에 따르면서 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카페의 주인이 돼 이 곳을 운영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저만의 레시피로 새로운 음료를 창조하고 제과에 소질이 있는 친구는 다양한 디저트류를 개발해서 메뉴로 내놓기도 하고요”.


안 씨가 꼽은 커피클레이 최고의 장점은 일하는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제안한 아이디어는 곧 현실화된다.

안지현 씨가 자신이 직접 제조한 커피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지현 씨가 자신이 직접 제조한 커피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커피클레이 직원들이 끊임없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수익성을 가진 상품이나 프로그램 등으로 구체화되기까지는 (주)커피큐브 임병걸 대표이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처음에는 제가 가진 경영의 노하우나 홍보방식 등을 이 분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마을공방 참여자들에게 한 수 배우고 있다니깐요”. 임 대표가 커피클레이 직원들의 열정과 의지를 얘기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임 대표는 커피클레이에서 해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가령, 예를 들면 지금은 단순히 커피점토를 갖고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학습만 하고 있지만 강사들이 이주여성임을 십분 활용, 외국어로 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습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은 커피점토를 활용한 체험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그 시간 엄마들은 커피와 디저트를 마시면 자투리 시간의 여유를 찾을 수도 있다.

임병걸 대표와 이주여성들이 체험프로그램과 관련해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임병걸 대표와 이주여성들이 체험프로그램과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

커피클레이가 정식으로 개소한 지 이제 겨우 2달이 지났다. 아직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앞으로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인근 중앙시장 청년몰의 개장과 함께 상권이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어요. 커피블럭을 활용한 체험학습도 꾸준히 요청이 들어오고 있구요”. 김지순 계장은 수익성을 시험하는 단계지만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커피클레이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안전한 수익창출을 만들어 민간에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투입한 것 만큼 매출이나 일자리로 성과가 나오면 좋겠어요”. 그래서 김지순 계장은 마을공방으로 시작한 커피클레이가 향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처음 시작은 민관이 힘을 합쳐 해냈으나 나중에는 이들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충분한 수익을 내면서 운영할 수 있기를 꿈꾸는 것이다.  


안지현 씨도 같은 바람을 얘기했다. “크게는 이 곳이 사회적 기업이 됐으면 해요. 그렇게 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할 겁니다”.


“주말이면 6살 아들이 엄마, 회사가야지~ 하면서 저를 먼저 일으켜요. 아들도 여기서 일하는 엄마가 좋은가 봐요. 제 안에 숨어있던 예술적 재능을 키우면서 앞으로도 여기서 쭉 일하고 싶어요”. 김 나타리야 씨의 웃음에서 커피클레이의 미래가 보인다.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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