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북한붕괴, 흡수통일,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평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서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의 일관성 있는 추진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오직 평화’를 강조하며 평화제일주의를 표방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무력사용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것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는 외교적 수단이며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큰 방향에 합의’하고 ‘북한에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 상호존중, 긴장완화와 평화보장, 공존공영을 추구할 것을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해법으로 단계적·포괄적 접근방안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평화의 제도화와 남북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종전(終戰)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를 공동의 목표로 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다는데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해법으로 제시한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비핵화 입구에서 북핵 고도화를 막는 동결 조치를 취하고, 출구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교환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핵해결의 원칙과 방향은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도 나타나 있다. 하지만 핵무기 고도화를 이룬 북한이 선 평화협정 체결 후 핵폐기 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CVID 방식의 선핵폐기론을 고수하고 있어 한미 공동의 북핵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먼저 쉬운 일인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호응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접촉과 대화 재개 등을 북한에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현안 해결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남북정상회담이라고 인식하고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에 밝힌 베를린 구상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 구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 나오는 것이다. 여러 제안 중에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확성기 사용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중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별개의 문제라고 하면서 북핵해결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의 제재와 압박 위주의 북핵공조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이 북한 비핵화 조치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군사적 해법을 반대하고 정치·외교적 일괄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북핵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핵해법을 둘러싸고 미일과 중러가 대립하여 신냉전질서로 가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과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서 북핵불용과 평화적 해결, 정권교체·체제붕괴·흡수통일 등 대북 적대시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하지만 북핵해결의 수순과 해결주체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국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남은 과제는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조속히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등 관련국들 사이의 전략대화를 통해서 포괄적 북핵해법을 마련하고 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사실상 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하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기 전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창의적인 북핵해법을 마련하고 관련 국가들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평화를 강조하더라도 북한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미사일을 완성하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가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옵션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의 한반도는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