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이태호기자) 지폐를 사용하면서 “혹시 이 돈이 위조지폐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본 적 있을 것이다. 특히, 5만원과 같은 고액 지폐는 더 살펴보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
지폐에 다양한 위조지폐 감별 장치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보통은 빛에 비추었을 때 왼쪽 빈 공간에 초상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게 게 대부분의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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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위조지폐, 다양한 유형의 감별방법을 담은 앱이 출시됐다.(출처=행정자치부 블로그) |
위조지폐 여부를 좀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통계에서도 드러나 있다. 한국은행 ‘원화 위조지폐 발견 건수 현황’에 따르면 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의 소액권은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5만원권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만큼 고액권이 범죄자들의 주요 타깃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5만원권 위폐를 손에 쥐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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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의 위폐 발견 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고액권인 5만원권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출처=2016.12.19, 행정자치부 보도자료 및 한국은행) |
뿐만 아니라, 위조지폐를 만드는 수법 또한 고도화되고 있다. 컬러프린터, 복사기 인쇄 수준으로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말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조가 이뤄지고 있다.
마침 손쉽게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 나왔다. 행정자치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은행은 ‘알기 쉬운 위조지폐 확인법’ 앱 개발을 완료해 배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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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식별요령은 ‘위폐 확인법’ 앱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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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를 움직여 원하는 권종을 선택할 수 있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필자는 이 앱을 직접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메인화면은 ‘위조지폐 식별요령’ , ‘위조지폐처벌조항’ , ‘위조지폐 발견 시 행동요령’으로 구성돼 있었다. 가장 중요한 ‘위조지폐 식별요령’을 눌러보았다. 크게 세 카테고리가 있었다. 비추어보기, 기울여보기, 만져보기가 있었다. 필자는 감별장치가 가장 많은 5만원권을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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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이 문양, 뒷면에 빛을 비추면 태극무늬가 완성된다고 한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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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비추어야만 자세히 보이는 숨은 은선. 오만원권에 이렇게 많은 위조방지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비추어보기’는 말 그대로 빛에 비췄을 때, 위조지폐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방법으로, 지폐의 왼편 빈 부분에 신사임당 초상이 나타난다. ‘한국은행’ 글자 왼쪽에 있는 ‘앞뒷면 맞춤’도 그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감별장치였다. 빛을 비추어 보면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하나의 태극무늬가 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앞, 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는 특수 인쇄기법이라고 한다.
신사임당 초상 오른쪽에 희미한 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이 부분에는 특수 필름 띠가 있어 빛을 비추면 반복적으로 쓰인 문자(한국은행 BANK OF KOREA 50000)가 보인다고 한다. 필자도 이 부분을 비추어 보았는데 명확하지는 않지만 띠에 문자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추어보기는 빛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필자도 숨은 그림 기법은 알고 있었지만, 초상의 오른쪽 띠나 앞뒷면 태극 맞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가 평소에 지폐를 유심히 살펴볼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기울여보기’ 항목으로 이동해 보았다. 여기에서는 ‘띠형 홀로그램’ ,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 ‘요판잠상’을 여러 각도로 기울이며 위폐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내용이 설명돼 있다.
먼저, ‘띠형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무늬가 같은 위치에서 번갈아 나타난다. 그 옆에 ‘입체형 부분노출은선’도 청회색 특수 필름 띠로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새겨져 있어 기울여보면 무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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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이면 숫자 5가 보이는 요판잠상.(출처=위폐 확인법 앱) |
신사임당 초상 오른쪽에 있는 ‘요판잠상’은 특수 인쇄 기법으로 구현한 것으로 기울여서 보면 무늬 속에 숫자 5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만원권 뒷면 하단에 있는 ‘50000’ 숫자는 색상이 자홍색과 녹색으로 번갈아 변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기사를 쓰며 요판잠상의 숫자 부분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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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권 다양한 곳에 볼록인쇄가 되어 있다. 만져보기로 모두 확인 가능하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마지막으로 ‘만져보기’ 코너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위폐 방지장치가 마련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번잡하게 이뤄진 위폐는 만져보면 매끈한 반면, 진폐는 오톨도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초상, 월매도, 문자와 숫자 등을 손으로 만져보면 매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볼록인쇄가 되어 있었다. 필자는 한국은행 총재 직인이 찍힌 글자에도 볼록인쇄가 되어있다는 것과 오만원권 양옆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섯 개의 줄무늬를 유심히 살펴보고 여러 번 만져 보았다. 자세히, 유심히 보지 않아 그동안 놓치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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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폐를 만든 사람도, 쓴 사람 모두 처벌받는다는 점이다. 만약을 위해서라도 위폐 확인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출처=위폐 확인법 앱) |
다음으로 이 앱에는 위조지폐 처벌조항도 간략히 나와 있다. 형법 제 207조에 의거, 화폐를 위·변조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돈으로 장난을 치면 중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는 형법 제 208조와 210조에 주목해야 한다. 위폐를 취득하거나 위폐라는 걸 알면서도 사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의 벌금(취득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알면서도 사용)에 처해진다. 즉, 만든 사람도 사용한 사람도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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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발견 시 행동요령.(출처=위폐 확인법 앱) |
특히 5만원권을 사용할 때는 자기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방법으로 다만 몇 가지라도 감별을 하는 것이 좋겠다. 손으로 만져보거나 잠시 비춰보거나 기울여보는 방법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품도 많이 들지 않는다. 건전한 화폐유통질서 확립과 자기 자신을 위해 우리 모두 지폐를 꺼내 비추어보고 기울여보고 만져보도록 하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폐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