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1/4) 윤석열 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있었다. 관련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 고물가와 고금리 등 글로벌 복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전방위적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민간 중심의 수출 및 투자 활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정부의 경제정책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민생안정 대책은 거의 보이지 않고,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 등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금융정책과 조세지원이 대부분이다.
즉,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임대사업자와 재벌 대기업 등의 지대추구 기제를 공고히 하는 경제정책으로 일관해 왔으면서도, 여전히 말로만 “중산층과 청년 등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경제정책 중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및 육아휴직수당 지급방식을 ‘일부 차감’에서 ‘완전지급’으로 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중산층과 청년 등 서민들에게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의 민생경제 지원대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실로 경제판 양두구육(羊頭狗肉)이 아닐 수 없다.
- 민생경제에 활력이 생기려면, 무엇보다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득증대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가 진행되는 현상황에서는, 주요 소비계층이자 임금노동자인 중산층과 서민(특히, 청년)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므로, 이들 소비계층의 임금상승 등 소득증가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부득불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중산층과 서민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적절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여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이 폭증하는 등 소비여력이 감소한 가운데, 이번 경제정책 중 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인하, 추가소비에 따른 전통시장 소득공제 확대 등 소비지출을 확대하는 경우 적용되는 조세지출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소비지출을 증대하기 위한 민생경제 정책은 주요 소비계층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증대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이러한 민생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의 이번 경제정책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대책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대사업자와 토목건축기업 등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에 대한 재정지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지대추구 기제와 독과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여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예들 들면, 한시적으로 임차인의 다세대·다주택 매입 관련 취득세를 감면하고, 또한 임대사업자의 보유주택을 LH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이는 최근 주택가격의 대세하락기가 시작된 가운데 다주택자의 보유물량(투기주택)을 임차인이나 공기업에 떠넘겨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토건·투기세력에게 출구전략을 만들어 준 게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특히 “세컨드홈”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지역 소재 주택을 취득할 경우 세제상 1주택자로 간주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1년 연장하는 등의 조세정책 역시 위와 같은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주택가격을 떠받치고 토건·투기세력의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이는 가계부채와 이자부담의 급증으로 소비여력마저 감소한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과는 전혀 무관한 부자감세의 재탕일 뿐이다.
- 더군다나, 토건·투기세력에 대한 SOC 지원대책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고 있는 토목건설이나 SOC 투자 관련 지원정책으로는 △수도권 개발부담금 100% 감면, △비수도권 학교용지부담금 50% 감면,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 1년 유예, △주택공급 종합대책, △SOC 사업 조기집행, △미니 관광단지 조성 등은 모두 토목·건설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이다. 즉,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재정지출이나 소득보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또한 “혁신 생태계 강화”를 한다면서 △그린벨트 해제요건 완화, △농지이용 합리화 추진, △산지이용 확대 등 대대적인 입지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의 난개발과 부동산투기,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크다.
- 한편, 이번 경제정책은 은행권과 제2은행권에 대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이자부담 경감을 민생대책으로 내놓았다.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내수소비 침체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당장 저리의 대출자금도 긴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대출 규모가 이미 적정 수준을 초과하여 IMF 등 해외 금융기관조차 심각한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가계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증대정책이 아니라 이자감면정책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책은 재정을 이용한 직접적인 소득보조 정책이 아니므로, 오히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비용이 증가하여 가처분소득의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 등 금융자본의 입장에서는 대환대출 등 신규대출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지대추구 기제가 만들어지면서 지대이익을 추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로만 인식될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자감면정책을 진정한 민생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이밖에도,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임시설비투자세액공제, △R&D 임시투자세액공제, △방산기술 신성장(원천)기술 지정, △R&D·시설투자자금 52조원 공급, △High5+ 첨단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수소)에 향후 3년간 150조원+@ 정책금융 공급, △중견기업 성장 후 중소기업 재정·규제 특례 및 세제특례 지속 적용 기간 확대(3년→5년), △원전 신규일감 발주, △친환경・저탄소 세부기술을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등 재벌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및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미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은 거의 맹신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이처럼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에 대한 재정지출, 조세감면, 금융지원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결국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경제정책은 명목상으로만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추구할 뿐, 정작 그 실상은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에게만 활력있는 경제대책 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양두구육에도 불과하고, 중산층과 서민들을 기만하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어째서 토건·투기세력과 재벌·대기업에게는 밑도 끝도 없이 조세부담을 경감하고 금융지원과 재정지출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는 재정준칙을 앞세우며 고통을 감내하라고 시장에 내맡기는 것인가? 그토록 주장하는 낙수효과는 언제쯤 나타날까? 윤 정부의 이러한 경제정책은 그저 이명박 정부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기 내내 토건·세력과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심각한 재정적자와 민생파탄을 초래하였음을 반추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이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충격과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올해는 더욱 그러하다. 윤 정부는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에 대하여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민생안정에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