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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혁신하지 않으면 누구든 퇴보, 안주 아닌 변화를 선택하라”

[청년희망/지상강좌]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

(한국방송뉴스/안예지기자) 티라노사우루스와 키노돈트. 백악기(약 1억3500만~6500만 년 전) 이 지구의 주인이었던,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공룡들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가장 포악한 공룡으로 뭐든지 먹어치우며 ‘폭군 도마뱀’으로 군림했지만, 키노돈트는 중간 크기 이하의 작은 공룡으로 이들에게 잡아먹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는 멸종했고 키노돈트는 생존해 포유류로 진화했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지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을 때 모든 공룡이 멸종했지만 키노돈트는 살아남아 포유류의 조상이 됐습니다. 강력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힘이 세고 크다고 해서 오래 사는 건 아닙니다. 키노돈트처럼 혁신의 DNA가 있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이 생명의 법칙입니다.”

6월 7일 청년희망재단에서 열린 제58회 ‘청년희망 특강, 열려라! 청년 일자리’에서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날만큼은 기업 대표로서 ‘기업 오너 특강’ 편에 강사로 나섰다. 그는 격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상을 설명하기 위해 공룡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도 예로 들었다.

“온몸에 털이 있던 네안데르탈인은 그렇지 않은 호모사피엔스보다 생존에 유리했지만 결국 멸종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네안데르탈인은 동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며 자급자족했고, 호모사피엔스는 서로 교류하며 부족한 것들을 서로 바꾸고 살았습니다. 호모사피엔스에게는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있었고, 소셜 네트워크를 발달시킨 거죠. 교류의 능력을 가진 DNA가 이긴 겁니다.”

박희재 이사장은 사업 초기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100번 미팅하고, 650번 이메일을 쓴 일화를 들려주며 두드리면 반드시 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사진=청년희망재단)
박희재 이사장은 사업 초기 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100번 미팅하고, 650번 이메일을 쓴 일화를 들려주며 두드리면 반드시 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사진=청년희망재단)

우리나라 경제 위기 ‘허리’ 없어 벌어진 일
작지만 내실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키노돈트와 호모사피엔스. 이들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환경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박희재 이사장은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위기의 핵심은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 경쟁력’ 자료를 보여줬다. 이 자료에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64개로 세계 13위지만, 중국은 1610개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미 모든 기술 부문에서 우리와 대등하거나 심지어 앞선 분야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1등을 하고 있는 64개의 분야도 안심할 수 있을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경쟁력에 이미 노란불이 켜져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노력하지 않으면 순위가 바뀔 수 있는 물건들이 상당수입니다. 수가 많지도 않은데 안전하지도 않다는 말이죠. 게다가 몇몇 회사들이 몇 개의 아이템에 집중하는 형국입니다. 이럴 경우 해당 종목에서 경쟁자가 생긴다면 위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에 ‘허리’가 없어서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중견기업 수가 너무 적어요. 작은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독일이나 일본은 대기업보다 작지만 강력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중견기업의 성장은 고용뿐 아니라 우리 경제구조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이 ‘허리’를 어떻게 탄탄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고, 이것이 취업시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강소기업은 독일의 경우 1307개지만 한국은 23개에 그친다. 오스트리아는 116개나 되며, 영국은 ‘테크시티’를 통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넘보고 있다. 비단 유럽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이렇다할 대기업이 없는 대만도 강소기업이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대만의 강소기업인 ‘자이언트’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자이언트는 고가 자전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만에는 수많은 작은 기업이 성장의 바퀴를 돌리고 있죠. 그러나 대만에서도 혁신하지 않은 기업은 규모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맙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퇴보합니다.”

새로운 일에 두려움 없이 도전
반드시 좋은 응답 받을 것

박희재 이사장은 1998년 외환위기 한파 속에서 2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인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창업했다. 이후 액정디스플레이(LCD), 광통신, 반도체, 나노소자 등 정밀 측정 개발에 성공했고,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제1회 기술혁신대전과 제31회 정밀기술진흥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창업 당시 환율이 1달러가 2000원 가까이 됐어요. ‘이러다 정말 원화가 휴지조각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기술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단 1달러라도 벌어야겠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박 이사장은 이 과정이 기술 개발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건 하나 팔기 위해 100번 미팅하고, 650번 이메일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물건이 팔리더라고요. 팔리고 나서는 그 시장에서 평판이 생기고 반응이 오고, 그것들이 쌓이면서 결국 일본 시장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그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이라는 말을 예로 들면서 열정과 도전을 강조했다.

“만일 제가 미팅을 20번 갔으면 그런 매출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100번을 갈 수 있는 열정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100번을 가야 뜻이 이루어지고, 그러면 반드시 열리게 됩니다.”

박 이사장은 기업가로서 자부심이 담긴 상징성 있는 물건들을 보여줬다. 1달러를 표구한 액자와 2013년 ‘7000만 불 수출의 탑’ 트로피, 또 하나는 모범 납세자 상장이다. 자부심이 담긴 기념물이 하나 더 있다. 아산공장에 세워진 ‘세계 최초 5.5세대 증착장비 해외 출하 기념’ 비석이다. 그는 이 비석 뒤에 당시 임직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넣었다.

“저는 일자리를 만들고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포함해 5000여 명을 먹여 살리면서, 더 나아가 세금을 내서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것에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좋은 응답을 받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 하늘의 그물은 참으로 넓고 넓어서 성기지만 한 알의 씨앗도 흘리지 않는다’는 〈명심보감〉의 말을 인용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그런데 오이를 심고 나서 콩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꿈과 뜻, 희망과 열정의 씨앗을 심으세요. 하늘은 한 알의 씨앗도 흘리는 법이 없습니다. 꿈을 심게 되면 반드시 크게 자라날 것이고, 좋은 결과로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강조하는 혁신 전략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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