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진승백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 예산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도 정부가 편성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조선·자동차 등 국내 주력업종이 불황에 빠진데다 실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급증하는 등 '고용쇼크'에 따른 경제위기론이 확산하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안 두고 야당은 대대적인 삭감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SOC 분야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내년 예산에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중점적인 투자가 이뤄진 반면 SOC 분야 예산은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고용 분야 내년도 예산은 162조2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2.1% 증가했지만, SOC 분야 내년도 예산은 18조5000억원으로 올해(19조7000억원)에 비해 2.3% 감소했다.
한국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C 예산을 증액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내년도 SOC 예산 규모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22조5000억원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국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선진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며 평균 통근시간도 OECD 국가의 2배 수준이라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건설업과 조선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필요한 SOC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또 SOC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전체적으로 줄어든 대신 '지역밀착형 생활SOC' 예산이 증가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시설 확충사업인 지역밀착형 생활SOC 예산은 5조8000억원(2018년)에서 8조7000억원(2019년)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각 지역별 숙원 사업이 있는데도 정부에서 공모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생활SOC 예산을 편성해 기초자치단체들을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인 권은희 의원은 "전국 시군구에 체육관이나 도서관을 짓는 생활SOC 사업은 기존에도 진행해왔지만 예산집행이 저조한 상황"이라며 "생활SOC 사업을 삭감하는 대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의 SOC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년 예산시즌이면 반복되는 ‘지역홀대론’도 한몫하고 있다. 정인화 평화당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철도나 도로 건설사업이 내년도 예산에 상당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년도 예산이 호남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소외로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SOC 예산 삭감에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그래도 야당으로부터 '경제 실패' 공세를 받는 와중에 정부 예산안으로 '지역홀대론'이 거세지자 여당에서도 SOC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SOC 예산 확충이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예산을 유연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전에 비해 지역구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들 얘기한다"며 "SOC 예산과 관련해선 당내에서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