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모든 정치인에게 있어서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가는 평시 그의 역사관과 양국 관계에 대한 현안은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 된다.
특히 대선 기간 중 대선후보들의 외국인과의 미팅들은 대선후보로서의 외교 데뷔 무대와 같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가 가쓰라-태프트 협약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방한한 미국 젊은 정치인에게.
미국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북한의 김씨일가도 일단 북한과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평양에 온 미국 정치인들이나 행정부 관리들에게 100여 년 한미역사를 따지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정책 변경을 가장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실정에서 과거사 문제를 얘기할 시간에 차라리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에 대한 북한의 반미 역사관을 얘기하고 싶으면 슬며시 역사박물관들에 데리고 간다.
이 방법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기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일본의 한반도 점령에 길을 열어준 하나의 계기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일제에 강점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우리의 쓰라린 과거 상처를 자꾸 헤집는 대통령보다는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슬기롭게 지켜갈 대통령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재명 후보는 중국, 러시아 정치인들을 만나서도 한반도 분단의 책임을 따질 것인가?
대선후보로서 첫 외교 데뷔 무대에서 미국의 한반도 책임을 따진 이재명 후보 대선 전략이 혹시 반미 표심에 기대려는 선거 전략이 아닌지 궁금하다.
2021년 11월 15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