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특징은 대남과 대외관계에 평시보다 많은 부문을 할애한 것이다.
총 9,884자에 달하는 연설 중 대남을 포함한 대외관계에 2,466자를 할애했다.
대남메시지는 며칠 전 김여정이 담화에서 내놓았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김여정을 내세워 언급해도 될 남북 연락선 복원을 이번에는 김정은이 직접 챙겼다.
김정은은 남한의 대선정국과 예산 문제, 아프간 문제로 북한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사정을 면밀히 들여다 본 후 ‘선남후미’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 채택되어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지위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의 현 안보 구조를 ‘상호 존중’ 원칙으로 고착시켜 북핵에 대한 한미의 간섭을 차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일 것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후보의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정의용 장관의 대북 제재 완화안에 대한 지지선언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향후 대선에서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이 북핵 수명 연장에 유리할지 면밀히 따져볼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정권 등장을 위해서라면 서울 답방이나 베이징올림픽 참가도 결심할 수도 있다. 서울정상회담은 11월 이후 국내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 가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대선용 ‘남북정상회담 쇼’는 너무 식상한 것으로 되어 설사 열린다고 해도 대선에 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국가와 주민 관리에서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움직이는 ‘미란다’ 정치 방식의 능수들이다. 지난 판문점, 싱가포르, 평양, 백두산에서 한국 국민들은 김정은의 파격 행보를 보았고 당시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김정은으로서는 만약 내년 남한 대선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시기가 5년이나 10년 이상으로 더 멀어질 수밖에 없기에 더는 어떻게든 남한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서울이나 베이징에서 환대받은 모습은 북한 주민들에게 민족의 지도자라는 연출에도 도움이 된다.
김정은의 파격 행보로 민주당 정권이 재창출되면 차기 정권도 공신인 김정은 정권에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쇼가 펼쳐져도 북한에게 지불할 대가는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가며, 그 결과로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21년 9월 30일 국민의 힘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