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6월 25일 오늘자 노동신문 사설 ‘력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전승을 안아오신 강철의 령장’을 살펴보면 ‘미제’라는 표현 대신 ‘제국주의침략자들’이란 표현이만 들어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 국면을 강조할 때는 미국제국주의의 약자인 ‘미제’를 적시하여 특정국가에게 전쟁 책임을 씌우는 행태를 보여왔다. ‘미제’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김정은이 최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하고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미제’라는 표현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2012년을 제외하고 6월 25일 노동신문 사설에 계속 등장해왔다. 2016년과 2017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때에는 사설 제목부터 ‘미제’를 넣어 강한 적대심을 드러냈다. 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에는 ‘미제’를 넣지 않았고, ‘제국주의침략자들’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 등 수위를 최소화하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다시 사설에 ‘미제’라는 표현이 등장하였으며 작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였다.
올해 ‘미제’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든 자신부터 대통령 후보자 시절에는 김정은을 ‘불량배’,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였으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북한의 정식 국호인 ‘DPRK’를 사용하고 있다. 대북정책 역시 비핵화뿐만 아닌 대화도 강조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아직 판을 깨기보다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추이를 보면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때만 대화에 나가겠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지금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이라고 보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화 제안을 내놓아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세워달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이란 한미워킹그룹해체 정도가 아니라 한미연합훈련 중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중 어느 하나라도 해법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2021년 6월 25일
국민의힘 강남갑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