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정치

햇빛은 줄 수 없지만, 희망의 빛은 드리겠습니다.

- 의원님 우리는 햇빛이 있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국회의원이신데 좀 도와주세요!
- 의원님 저는 외교관이 꿈인데 주변에서 탈북민은 믿을 수 없어 외교관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오늘 아침 국민일보 신문에서 어제 (26일) 내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를 방문한 소식을 보도했다. 기자분께서 기사제목을 “하나님 앞에선 모두 평등, 움츠리지 말고 꿈을 펼치라”로 적어주셔서 눈길이 많이 갔다 .기사를 천천히 읽어보니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들이 다시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국회의원이 된 후 탈북민 대안학교를 많이 방문했었고 또한 최근에도 다음학교, 여명학교들을 찾아가 청소년 학생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었다. 한꿈 학교 또한 그러한 학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로 들어가면서 깜짝 놀랐다. 학교가 ’주공 영구 임대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었다. 학생들은 30명 정도 있었는데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제가 왔다고 아이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맞이해줬다. 준비해 간 PPT로 강연을 시작하려 했으나, PPT 자료를 넘길 수 있는 장비가 없다고 했다. 학교에 PPT로 강의할 장비가 없다니 나도 놀랐다.


결국 할 수 없이 강연이 아니라 학생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얘기하니 학생들도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다양한 얘기를 시작하였다.

한꿈학교의 학생들은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있고 한국 생활 정착에 대한 스토리도 각각 달랐다. 그런데 불쑥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의원님 우리는 햇빛이 있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국회의원이신데 좀 도와주세요. !”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라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질문 앞에 나는 물론 내 옆에 있던 교장 선생님도 당황했다.

내가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의 학교를 햇빛이 들어오는 건물로 옮겨줄 수 있는 힘이 내게 없다. 결국 나는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정부 부처들에 얘기하고 어떻게 입법을 통해 여러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는 살펴보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햇빛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지는 못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 희망의 빛은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여러분 영화 ‘미나리’를 봤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2명이 보았다고 손을 들었다. 나는 “영화는 70년대 대한민국이 잘 살지 못할 때 미국으로 이주해간 이주민 1세들의 이야기인데 그 영화를 보면 한국 이주민 1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많은 차별을 다 받으면서도 미나리처럼 억세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결국 이주민 1세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조국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습니다. 정부에서 임대주택도 마련해 주고, 정착금도 줘서 일단은 한국에서의 첫발은 쉽게 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 학교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은 없지만, 여러분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꿈을 펼쳐 갈 수 있는 공간이 있기까지는 정말 많은 분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모든 것에 고마워합시다.”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분 저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 많이 부족한 저를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으로 선택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대한민국은 우리의 조국이고 대한민국은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나라입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분명히 김정은도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 모두는 사람을 신분으로 나누는 북한에서 살다가 왔지만, 여러분과 제가 지금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의 차별 없이 새로운 희망의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 또한 한국에 정착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북한과 다르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여러분이 ‘내 것’, 내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저는 외교관이 꿈인데 주변에서 탈북민은 믿을 수 없어 외교관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탈북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한다면 대한민국이 북한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라고 말해 주었더니 너무 좋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저도 의원님처럼 국회의원 되고 싶어요, 비록 지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중엔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 되고 싶어요“ 하면서 저마다 희망과 꿈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한꿈학교에서 100여 명의 학생을 졸업시킨 교장선생님도 ”여태껏 햇빛을 달라고 요구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학생들의 마음속에 그런 그늘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오늘 학생들이 같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 오니 마음을 열고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다 하는 것 같다면서 나에게 오늘 희망의 빛을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한꿈학교에서 돌아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께 앞으로 우리가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좋은 날이 온다는 바로 희망의 빛, 희망의 꿈을 안겨주는 것이구나'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JisV8C250



종합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