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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 의사 ‘닥터앤서’, 한국형 인공지능 의료 고도화할 좋은 씨앗”

[인터뷰] 이달의 한국판 뉴딜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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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이 3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인물로 선정됐다. 그는 2018년부터 시작한 한국형 인공지능(AI) 의료 소프트웨어(SW) ‘닥터앤서’ 연구개발(R&D) 사업의 총괄 책임자다.

닥터앤서는 진료·영상·유전체·생활습관 정보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소아희귀유전질환, 심뇌혈관질환, 치매,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 뇌전증 등 8대 질환을 진단·예측하고 치료를 지원한다.

특히 닥터앤서는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을 이끌 중요 사업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26개 의료기관, 22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해 개발하고 있다.

닥터앤서는 8대 질환을 대상으로 의료 현장에서 질환의 예측·진단을 지원할 수 있는 21개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37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닥터앤서의 21개 소프트웨어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판정받은 소프트웨어는 11종이다. 3월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안에 있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김종재 원장을 만나 닥터앤서 사업의 의미를 들었다.

- 닥터앤서 연구개발 과정에 의료기관 26곳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22곳 등이 대거 참여했는데 의료계에서 종종 있는 일인가요?

= 이 정도 규모의 컨소시엄은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닥터앤서 사업을 기획해 공모했을 때 저희가 구상하던 컨소시엄과 다른 컨소시엄이 있었는데 “이런 사업을 서로 경쟁해 누가 되든 반쪽짜리가 돼서는 의미가 떨어지니 한번 같이 가보자”라고 부탁했고 흔쾌히 이해해줘서 이렇게 많이 참여한 듯합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역사상 이 정도로 많은 의료기관과 기업이 함께 끌고 나간 과제는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 대규모 사업의 총괄 책임자로서 다양한 병원과 기업을 조율하기 힘들었겠습니다.

= 3대 분야 8개 주요 질환으로 나눠 주관 병원 아래 여러 의료기관과 기업을 묶어 진행했습니다. 공통의 이해 아래 역할 분담이 굉장히 잘돼 있었죠. 개별 기업이 개별 병원과 협업했던 기존 틀에서 확장한 개념이라 서로 공부가 많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참여 연구원만 해도 60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니까 사무국을 운영했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병원, 기업 할 거 없이 연구진이 열심히 해주셔서 좋은 산물이 나온 거죠.

- 임상 검증 과정에도 3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면서요?

= 임상만 1년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진료 환경과 장비가 다른 병원에서도 성능이 담보돼야만 국내에 확산할 수 있기에 실증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했죠. ICT 기업들은 실증기관에서 겪는 경험이 앞으로 SW를 고도화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겁니다. 사실 의료용 SW를 개발하는 회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좋은 SW를 만들었다 해도 어디 가서 이거를 써달라고 할지 막막하거든요. 반대로 의료진 입장에서는 SW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 써 볼 수 없잖아요. 의료용 SW가 만들어져 인허가를 받더라도 결국 의료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런 현실적 장애물이 있어요. 그런데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기관에서 써보고 “아, 이게 효용성이 정말 좋구나” “이렇게 유용하구나” 검증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3월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1층에 있는 ‘닥터앤서 체험관’에서 김종재 원장이 닥터앤서 연구개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지금 의료기관들이 닥터앤서를 활용하고 있나요?

= 그렇습니다. 아산병원을 비롯해 속속 임상 현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교두보 역할을 한 게 실증 사업입니다. 써볼 기회를 병원에 줬다는 것, 그 과정이 없었으면 기업이나 병원이나 굉장히 어려웠을 거예요. 아산병원에서는 지금 임상 현장에서 소아희귀질환 진단 SW, 뇌 자기공명영상(MRI) 기반의 치매 진단 SW, 그리고 심장 혈관(관상동맥)의 석회화 정도를 판정하는 SW를 쓰고 있는데 의료진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애초에 치매 진단 SW를 개발한 이유가 현장에서 경험 많은 의사도 MRI를 보고 뇌 부위별 위축을 판정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그동안 미국 SW를 썼는데 분석에 15분 정도 걸린대요. 그런데 저희가 개발한 SW는 2분 만에 뇌 위축 정도를 수치화해 결과를 주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해합니다. 관상동맥 석회화도 개인이 판독하면 수십 분 걸리는 걸 1~2분 만에 하고 소아희귀질환 진단 SW는 진료에서 아예 없던 도구가 생긴 거죠.

- 지금까지 소아희귀질환은 어떻게 진단했나요?

= 요즘은 유전체 분석을 많이 하는데 개별 유전자를 각각 검사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의심되는 유전자 100개가 있다고 모두 검사하는 거는 효율성이 떨어지잖아요. 전장 유전체를 분석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데이터가 나오는데 의료진이 결과를 기다리고 판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그 부분을 고대 구로병원 은백린 교수팀이 해결한 거죠. 진단이 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진단되고 환자에게 좋은 치료 수단을 적용하면서 임상에서 효용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사실 암이니 당뇨 같은 성인병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아주 많은데 관심을 못 받는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님과 가족들은 정말 힘들어합니다. 이런 병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진단하고 치료로 이어졌다는 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최근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서 혹시라도 인공지능에 오류가 있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 닥터앤서는 기본적으로 의료진의 진료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도구입니다. 만에 하나 인공지능이 말도 안 되는 해법을 내고 진단을 하더라도 의료진이 스크리닝(결격 사유 등을 찾기 위한 검사)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그런 문제는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진료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증진하는 게 의료 인공지능의 목표기 때문에 인공지능 따로, 의료진 따로 하는 것보다는 둘을 같이 종합하면 그 효율성과 정확성이 향상되는 거죠. 사람 생명을 다루는 데 1~2%라도 확실히 개선된다면 그 의미가 큰 겁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부분은 중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진료 현장에 적용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 2020년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보건부 산하 병원에서 닥터앤서를 검증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배경은 저희 컨소시엄에 속한 기업의 병원정보시스템 제품을 그곳 병원에 적용해봤기 때문입니다. 한국 SW와 접목하는 기반이 된 거죠. 그곳 의료진이 직접 써보고 우리 실무진이 현지에 맞게 최적화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왔다갔다 하기 어려워져 문제였죠. 다행히 최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기술수출인데 획기적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과 유럽연합(EU)에도 닥터앤서 국제상표권을 등록했다고 들었습니다.

=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선결 조건 가운데 하나가 본보기(레퍼런스)입니다. 국내에서 많이 써서 이만큼 효용이 있다는 것을 발표해야 그쪽에서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죠. 물론 우리 기술 수준은 해외에서도 인정하지만 의료기관이 많이 쓰고 거기서 쌓인 경험이 녹아 들어가야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라마다 지난한 인허가 과정이 있지만 이렇게 뭉쳐서 같이 가면 개별 기업이 혼자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7월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디지털 뉴딜 성공을 위한 닥터앤서 간담회’를 열었다.(사진=서울아산병원)

- 최근 정부에서 닥터앤서 사업을 2.0으로 확대하고 4년 동안 모두 28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연구비 규모를 떠나 ‘국가 연구개발’이라는 중심(코어)이 가지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기관과 기업이 닥터앤서로 뭉쳐서 계속 갈 수 있잖아요. 또 SW가 몇 개로 끝나서 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영역에서 구현해야 할 SW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정부가 닥터앤서 사업을 지속해서 지원해준다면 병원과 기업이 같이 가는, 정말 가치 있는 연구사업이 될 것입니다. 2.0으로 이어져 기쁩니다.

- 닥터앤서2.0은 1.0사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 닥터앤서1.0은 종합병원이나 3차 의료기관에서 많이 활용할 SW가 주를 이뤘다면 2.0에서는 개인 의원을 포함한 1~2차 의료기관이 많이 쓸 질병 12개에 대한 SW를 개발합니다. 부처별로 의료용 SW를 만드는 연구사업이 조금 있는데 결국 의료기관이 써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게 제일 중요한 성공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0사업에서도 의료기관들이 협력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성공적으로 끝나서 3.0사업이 또 생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겠죠. ICT 기업도 많이 참여해 병원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험을 공유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이 될 겁니다.

- 정부는 닥터앤서를 한국판 뉴딜의 간판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 닥터앤서1.0을 하면서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고생을 많이 했고 기본적으로 이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지원과 협조를 전략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줘 의료 SW 인허가 과정이 한층 개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을 했고 걸맞은 결과물이 나왔는데 2.0에서도 그 과정이 반복된다면 3.0, 4.0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형 인공지능 의료를 고도화하는 좋은 씨앗이 될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한국판 뉴딜인 거죠. 닥터앤서라는 브랜드로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면 그처럼 멋있는 일이 있을까요?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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