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두환기자] 전북 현대가 "천적"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제물로 ACL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4일 오후 일본 가시와의 히타치 가시와 스타디움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5차전 원정 경기서 전반 16분 로페즈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32분 이동국의 쐐기골을 앞세워 가시와를 2-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전북은 승점 12로 최소 조 2위를 확보하며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전북은 오는 18일 조별리그 최종전서 "꼴찌" 킷치SC(홍콩)와 맞붙어 이변이 없는 한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가시와 흑역사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시와와 여섯 차례 맞붙어 1무 5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 2월 안방서 3-2 역전 드라마를 쓴 데 이어 적지서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뒀다.
전북은 우측 풀백 이용이 경고 누적으로, 좌측 풀백 김진수는 부상으로 가시와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이들을 대신해 최철순을 왼쪽에, 작은 박원재를 오른쪽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철순의 본업은 오른쪽이지만 수비력이 좋은 그를 통해 가시와의 우측면 날개인 이토 준야를 봉쇄한다는 계산이었다.
전북은 4-1-4-1을 가동한 가운데 김신욱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로페즈, 손준호, 이재성, 이승기가 2선에서 지원 사격하고, 신형민이 원 볼란치 역을 맡는다. 센터백 듀오로 김민재와 홍정호가 호흡을 맞추고, 골문은 송범근이 지킨다. 이동국, 아드리아노, 티아고, 장윤호 등은 대기명단에 포함됐다.
가시와는 전북 출신 미드필더 김보경과 한국인 수비수 박종수가 선발 출격했다. 조 3위에 처져 있는 가시와(승점 4)는 16강행 희망을 살리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선두 전북을 잡으면 2위 톈진 취안젠(승점 7)과 최종전서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북은 전반 3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크리스티아누가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지만 송범근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북은 3분 뒤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준 볼을 이재성이 잡아 상대 진영을 향해 질주했지만 수비에 막혔다. 전북은 전반 9분 이승기가 우측면을 돌파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전북은 전반 13분 프리킥 찬스서 손준호의 크로스를 김민재가 머리에 맞혔지만 수비에 막혔다. 전북은 전반 16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로페즈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골대를 때렸지만 리바운드 슈팅으로 가시와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위기도 있었다. 전반 25분 이토 준야가 최철순을 따돌리고 크로스를 올려 에사카 아타루가 위협적인 헤더로 연결했지만 송범근이 번쩍 뛰어 올라 쳐냈다.
전북은 전반 39분에도 위기를 넘겼다. 이토의 패스를 받은 코이케 류타가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북은 후반 2분 위기를 맞았지만 또 한 번 송범근의 선방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범근이 아크서클 근처에 있던 나카야마 유타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포를 막아냈다.
전북은 후반 10분 이재성의 코너킥을 김신욱이 머리에 맞혔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북은 후반 중반 박원재가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맞았다. 최강희 감독은 큰 박원재를 왼쪽 수비에 투입하며 최철순을 본업인 오른쪽 수비로 보냈다.
전북은 후반 20분 최철순이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허공을 갈랐다. 전북은 2분 뒤 김신욱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동국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10분 만에 가시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2분 김민재의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왼발 발리로 마무리하며 쐐기골을 작렬했다.
전북은 종료 직전 로페즈 대신 장윤호를 투입했다. 전북은 2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기분 좋은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6년간 이어져오던 가시와 흑역사에도 마침표를 찍는 한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