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김근해기자] 최근에 깜짝 놀랄 만한 동영상을 봤다. 로봇이 텀블링하는 동영상이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현대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이번엔 텀블링을 선보인 것.
사람도 하기 힘든 텀블링 장면에 입이 떡 벌어졌다. 텀블링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장면에선 '아, 로봇이 텀블링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세상을 한바탕 뒤흔들어놓더니, 최근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시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말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 반대 움직임에 "인공지능 로봇들이 스스로 판단하면서 불빛도 없는 깜깜한 공장 속에서 지치지 않고 일하는 그런 세상이 곧 오게 돼 있다"면서 "어차피 올 세상이면 우리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놔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는지 궁금해졌다. 대구에 제조 로봇들을 전시해 놓은 상설전시관이 있다고 해 직접 방문해 봤다.
◇ 다 차려진 핸들에 손만 하나 얹었다
회사 공용차량을 빌려 대구로 향했다. 연식이 좀 되는 내 차도 크루즈 기능은 있지만 단순히 속도만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도인데, 이번에 빌린 공용차량은 그보다 좀 더 진화했다. 고속도로 주행 시 속도만 한 번 맞춰주면 앞 차 간격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늘였다 줄였다 한다.
처음 속도 세팅하는 데 손가락 하나 까딱했고, 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처럼 '다 차려진 핸들에 손만 하나 얹었다'. 스마트 크루즈 기능만으로도 이 정도 편안함을 안겨주니 만약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된다면 정말 차 안이 영화관이나 업무 공간까지 되겠다 싶었다.

제조AX 상설전시관 첨단로봇 실증지원센터 모습.
◇ 로봇들이 군무를 펼치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https://www.kiria.org/)에서는 지난해 제조 로봇을 활용한 제조 현장의 변화, 그리고 로봇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조AX 상설전시관' 투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올해도 3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에 따라, K-로봇의 국내외 시장 창출, 제도·안전·산업·문화 등 로봇 친화적 환경 조성에 주안점을 둔 정책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산업통상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완전 자율주행차 정도라면 상설전시관에서 본 로봇들은 아마도 내가 경험한 스마트 크루즈 수준 정도 될 터였다.
먼저 ROBEX 전시장에 들어서자 로봇 영화에서 많이 들어봤던 '윙~치키' 같은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ROBEX 전시장에선 다양한 산업에 적용된 로봇을 활용한 제조 공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배추심 제거 로봇.(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비전 센서로 배추심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배추심만 쏙 파내는 로봇부터 플라즈마를 활용한 배수관 절단 로봇까지 산업용 로봇 2대, 협동로봇 7대 등 제조 산업 로봇 활용 공정 혁신 사례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조로봇본부 산업제조실증팀 이상종 팀장은 "제조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이곳에서 실제 어떻게 구현이 될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요즘 기피 업종의 경우, 일할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로봇이 인력난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첨단로봇 실증지원센터였다. 첨단로봇 실증지원센터 디지털 트윈·첨단로봇 실증 테스트베드·5G 통합 관제 시스템 등 첨단 제조로봇에 대한 전주기 기술 지원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마치 미래 SF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28종의 로봇들이 마치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선수들 팔다리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처럼 군무를 펼쳤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이도, 그냥 알아서 제 할 일들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었다.

통합관제시스템.
한 층 올라가 보니, 마치 관제탑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관제하듯, 대형 모니터가 각 로봇의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제조로봇본부 첨단로봇실증연구팀 김기진 책임은 "실제 이곳에선 재료 투입부터 완성품 적재까지의 작업이 로봇들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 자동차 계기판, 소형 이동로봇 등을 만들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로봇 시장은 2024년 기준 6조 2000억 원 규모로 관련 로봇 기업 수와 종사자 수는 2만 500여 개사, 3만 5000명 정도다. 아울러 국제로봇연맹(IFR)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2023년 기준 판매 시장 규모에서 세계 4위, 로봇 밀도에서 세계 1위로 시장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의 대규모 시장 진출로 인해 글로벌 로봇 산업은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
이에 정부에서도 지난해 4월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및 제조 현장의 AX 촉진을 위한 초대형 민관 협력체계인 'M.AX 얼라이언스'에 로봇(휴머노이드)을 반영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한국 로봇 업체 에이로봇의 '앨리스'가 물건 이송을 시연하고 있다. 2026.1.7 (사진=연합뉴스)
◇ K-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CES에서 선보여
그 일환으로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선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 공동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개발사부터 AI·로봇 부품 전문기업 등 10개 대표기업이 참여해 자사의 최신 생산모델과 실제 산업현장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에이로봇은 자사 로봇인 '앨리스4'와 '앨리스M1'이 물건을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꺼내 다른 선반으로 올려두면 또 다른 로봇이 그 물건을 옮겨서 다른 곳에 가져다 두는 등 공정을 분담해 연속 동작을 수행하는 실증 시연을 선보였다.
로보티즈는 물류·유통 현장에 특화된 'AI Woker'를 선보였고, 또 다른 참여기업인 로브로스는 자사 로봇 '이그리스(IGRIS)-C'를 전시해 보행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나라 기술력을 선보였다.
CES 현장에 직접 다녀온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오택수 정책기획실장은 "로봇은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혁신을 촉진하는 기반 산업이자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AI 경쟁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응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순 성능 경쟁이 아니라 현장 실증을 통한 데이터 축적과 활용 구조의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2030년 제조 AX 최강국을 위해 지난해 9월 제조 AX 얼라이언스(M.AX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이 얼라이언스에는 1000여 개 최고의 기업들과 연구기관, 학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조 AX 1등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는 11개의 분과로 구성되며, 휴머노이드 역시 한 분과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AI 팩토리 등 제조 AX 분야에서 2030년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M.AX 얼라이언스는 2025년 현재 102개 정도인 AI 팩토리를 2030년까지 500개까지 확대하고, 아울러 얼라이언스 내 기업 간 협업으로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자율운항 선박 등 혁신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칠곡휴게소에서 만난 커피 로봇.
◇ 로봇이 타 준 커피를 마시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졸음을 쫓으러 칠곡휴게소에 들렀다. 그런데 여기서 커피 로봇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반갑게 웃음을 짓고 있는 커피 로봇을 보며,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주문을 하니 커피 로봇팔이 일회용 컵을 커피 추출기 앞에 가져다 놓고, 기다리는 게 지루할까 싶어 덩실덩실 춤까지 춘다.
커피 로봇의 현란한 춤사위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로봇이 내어주는 커피를 배출구에서 꺼냈다. 로봇이 만들어준 커피가 더 맛있는지 평가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잠은 잘 쫓았다.
오늘 하루, 스마트 크루즈부터 제조 로봇 그리고 커피 로봇까지 한꺼번에 경험해 보니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의 도래가 이젠 '어쩔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