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김한규기자)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필자도 알 정도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기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다. 종영한지 두 달이 넘어감에도 ‘도깨비’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우리 삶에 마술을 부리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주인공들의 ‘메밀꽃 프로포즈’ 장소로 유명해진 강릉 주문진 방사제.(출처=tvN 드라마 ‘도깨비’ 공식홈페이지) |
드라마 시청률과 OST뿐만 아니라, ‘도깨비’ 드라마에 등장한 다양한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남주인공 배우 ‘공유’가 펼쳐들었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 갈지도 몰라’(김용택 저)는, 시집 분야 단독 집계 순위는 물론, 서적 종합판매 순위에서도 ‘상’을 기록했다.
드라마가 종영한지 두 달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등장한 시집이 여전히 2월에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했다.(출처=교보문고 홈페이지) |
그런가하면 강릉 주문진 방사제를 비롯, 발왕산 하늘공원(강원도 평창)등의 강원도 명소들이 드라마 도깨비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더욱 더 많아졌다. 이외 인천 배다리 헌책방과 송현 근린공원 등 잘 몰랐던 전국 방방곡곡의 매력이 방송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면서, ‘도깨비 순례’를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문화콘텐츠가 또 다른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도깨비’의 인기 현상을 보며, 올 해 집계한 콘텐츠 사업 전반의 성과 분석을 떠올려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콘텐츠산업 매출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매출액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지난 2015년도 국내 콘텐츠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한 규모이다. 같은 기간 국내 경제성장률이 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2016년 콘텐츠 산업 분야 매출이 최초로 100조 원을 기록했다.(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
분석 결과, 콘텐츠 매출액은 대부분 산업 부문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며 특히 캐릭터(11.4%), 지식정보(8.8%) 부문 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 규모는 게임이 32억1,463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 56억6,137만 달러 중 절반 이상의 비중(56.8%)을 차지해 가장 큰 수출 기여도를 보였으며, 캐릭터, 지식정보, 음악, 방송 순으로 높은 규모를 기록했다.
매출액 규모는 출판산업이 20조5,098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방송, 광고, 지식정보, 게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작년 ‘채식주의자’(한강)의 맨부커상 수상과 함께 국내문학의 해외 소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작품 번역 및 출판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원과 현지 출판사와의 긴밀한 협업도 한층 더 발전된 점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낳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작년 5월, 소설 ‘채식주의자’의 저자인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씨가 맨부커상을 수상했다.(출처=한국문학번역원) |
문화콘텐츠는 콘텐츠 자체로 인한 수익 외에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15년도 국내 콘텐츠산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62만1,928명으로 전년 대비 약 5,500개, 최근 5년간 약 1만7,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올해는 특히, 정부가 중국의 한한령에 따른 수출 차질로 피해를 입는 국내 콘텐츠업계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올해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 1,160억여 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3월 16일 발표하기도 했다. 게임, 대중음악, 공연,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별·장르별 공모를 거쳐, ‘콘텐츠산업 해외진출 긴급 지원대책’을 집행한다.
이를 통해 대중국 사업 차질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 콘텐츠업체들이 중소기업청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중국 진출 콘텐츠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중국사업피해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한다.
서울의 한 메신저앱 캐릭터 상품 플래그 스토어 전경. 평일, 주말 낮밤을 가리지않고 앱을 사용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
중국관련 콘텐츠업체 경영 지원 외에도, 한류 콘텐츠 수출시장의 다변화도 추진된다. 북미, 유럽, 기타 신흥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현지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중국, 일본, 북미에 이은 네 번째 한류 콘텐츠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아의 시장 개척 활동 강화를 위해, 동남아 최대시장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치된 비즈니스센터를 중심으로 현지진출 업체 지원을 강화하고, 태국 또는 베트남에 추가 지원거점을 구축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관련 한중교류 둔화 및 최근 3년(2013~2015년)간 콘텐츠 사업의 연평균 성장률(8.8%)이 과거 3년(2010~2012년)의 수출 증가율에 비해 다소 저조한 현실 등 올해 문화콘텐츠사업이 극복해야할 역경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날이 좋든, 날이 좋지 않든’ 문화의 힘은 국적불문, 세대불문, 항상 통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문화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더욱 가꿔나가는 창작자와 독자들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를 독려하는 정부의 지원과 다양한 정책의 힘이 있다면, 문화콘텐츠 사업의 ‘모든 날을 좋게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올해 문화콘텐츠사업이 발휘할 도깨비 방망이 같은 위력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