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2024년 국정감사가 지난 11월 1일부로 마무리되었다. 국정감사는 국정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예산 심사 및 입법 활동에 반영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이후 세 번째이자 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로 의미가 컸으나, 민생을 위한 정책 국감보다는 역대급 정쟁으로 치달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경실련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책 국감에 힘쓴 15명을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했다.
우리나라의 국정감사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강력히 견제하는 수단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는 행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한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입법적 개선 사항을 도출해 예산 심사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제도를 둘러싼 무용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감사 기간이 짧고 피감기관이 많아 실질적인 감사가 아닌 형식적인 감사로 흐르는 경향이 있으며, 국회의 전문성 부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와 증인 불출석 문제도 실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국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관련 사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정쟁이 극심했다.
비록 평가하기 어려운 국감이었지만, 경실련은 민생 현한에 집중하며 심도 있는 질의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을 선정해 발표한다. 경실련은 국감이 민생 안정을 위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 9월 30일 ‘민생 안정을 위한 50대 의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요 상임위를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되었으며, 총 27개 피감기관이 포함되었다. 평가는 2024년 10월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고, 정책 대안의 개혁성, 구체성, 효과성을 기준으로 9점 척도로 점수화해 상위 의원들을 선정했다. 정략적 발언이나 비합리적 질의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행정안전 분야에서는 ▲박정현 의원이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부족 문제를 지적했으며,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를 요구했으며, ▲조승환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력 저하 문제와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의 관리·감독 강화를 강조했다.
재벌개혁 분야에서는 ▲김현정 의원이 두산 계열사 합병 등 재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히 질의하며 개혁적인 태도를 보였고, ▲정진욱 의원은 재벌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산업 공동화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조세 정의 분야에서 ▲차규근 의원은 현 정부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과 가업상속공제 완화 같은 부자감세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소상공인 보호 분야에서는 ▲서왕진 의원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 실태를 언급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플랫폼 공정화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김남근 의원과 ▲최형두 의원이 국내·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노동존중 분야에서는 ▲정혜경 의원이 쿠팡의 상시 해고제 문제와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대응책을 촉구했다. 농업 개혁 분야에서 ▲임미애 의원은 정부의 농축산물 할당관세 수입 확대,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수금 문제 등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부동산 및 건설 분야에서는 ▲윤종오 의원이 건설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공공의료 확충 분야에서는 ▲김윤 의원이 공공병원 중심의 지역 완결 의료 체계 구축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효율화 방안을 강조했고, ▲전진숙 의원은 지역 공공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 의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분야에서 ▲김남희 의원은 국민연금 재정 지속성을 위해 국고 투입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출산 크레딧 사전 지급제 도입을 제안했으며, ▲이주영 의원은 국민연금의 국고 투입과 과지급된 기초연금 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촉구했다.
끝으로, <경실련>은 이번 국감이 부실 국감,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는 만큼, 정치권이 권력 투쟁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 민생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입법부에 부여된 권한을 바르게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국정감사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상시국감,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국감 사후검증을 철저히 함으로써 국감 무용론 불식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