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깜짝’ 시구…양현종 ‘반짝’ 빛났다

  • 등록 2017.10.31 21: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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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기자의 월간 야구] 기아 V11 달성-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S 지지않는다” 타이거즈 정신 이었지만 불펜 약점 보완 ‘겨울방학 숙제’

2017 한국시리즈의 이변은 없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2위로 올라온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먼저 1패를 했지만, 내리 4연승을 거두고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1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고 모두 우승을 거머쥐는 불패의 전설을 이어갔다. KIA 우승의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드라마의 주연은 한 명이 아닌 모두였다. 3연패에 실패한 두산도 마지막에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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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서막-단군신화 vs 불패신화

KIA와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전남대학교 용지홀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감독과 선수 두 명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다.


전쟁을 앞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달변가인 두산 투수 유희관과 KIA 투수 양현종의 입씨름이었다. 양현종은 “우주의 기운이 우리에게 왔다. 감독님이 그 기운을 나누어주면 우리가 이긴다. 관중들의 응원 열기가 커서 7경기는 모두 우리의 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희관은 “단군매치라고 하는데 결국은 곰이 호랑이에게 이기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우승한다면 마운드에서 마늘과 쑥을 먹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시리즈 전망은 두산의 우세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전력 손실 없이 올라왔고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경험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반면 KIA는 구원 투수진에 약점이 있고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한국시리즈를 처음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많았다.


몇몇 현장의 감독들은 3주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KIA의 우세를 점쳤다. 그리고 KIA가 역대로 10번의 한국시리즈를 모두 이겼다는 전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 문 대통령 깜짝 시구-챔스필드 환호성
이번 한국시리즈는 첫 날부터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투표참여리그’ 이벤트를 벌였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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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인증 1위 팀의 연고지에서 시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인증 이벤트의 1위는 KIA 타이거즈였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1차전에 시구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몇몇 언론사들이 KIA 구단에 문의를 했다. 구단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경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경찰특공대가 사전에 챔스필드에서 훈련을 했고 대통령의 시구는 착착 준비되고 있었다. 주최측인 KBO는 경기 당일 시구자는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이 맡는다고 위장 발표했다.


실제로 시구자로 김응룡 회장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아,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회자의 입에서 “그리고, 또 한 사람!”이라는 멘트가 나왔고 문 대통령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순간 챔피언스필드는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문 대통령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치맥을 즐기며 경기를 관전했다. 자리를 뜨기 앞서 손을 들어 인사를 했고 관중들은 “문재인! 문재인!” 연호를 했다. 관중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시구였다.  


▲ 두산의 선제타격-쌍포 위력, 헥터의 부진
10월 2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1차전은 중요했다. 1차전 승리 팀의 우승확률이 76%에 이르렀다. 두산이 기선제압에 성공해 그 확률을 선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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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오재일의 쌍포가 모두 홈런을 터트렸다. 선발투수 니퍼트는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KIA 선발투수 헥터는 3회까지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4회 1점, 5회 4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로저 버나디나가 6회 3점 홈런을 가동해 3-5까지 추격했다.


8회는 무사 1,2루 동점기회를 맞았다. 보내기 번트가 아닌 강공을 선택했으나 병살타가 나오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의 상승세를 이어갔고 KIA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잘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갔다. 3주간 실전이 없어 방망이가 시원치 않았다. 두산의 우세 전망이 현실로 드러나는 듯 했다.


▲ KIA의 반격-양현종 최초의 1-0 완봉승
양현종의 반전의 역투가 나왔다. 1회초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흔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일종의 몸풀기였다. 이후 9회까지 두산 타선을 상대로 11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4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째 완봉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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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완봉승은 양현종이 처음이었다. 무쇠팔 최동원도, 국보투수 선동렬로 이루지 못한 기록이었다. 당분간 이루지 못할 기록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한국시리즈에서 1-0 완봉 투수는 누구?”라는 퀴즈가 나올 수도 있다.

KIA는 8회말 극적인 득점을 했다. 1사 1,3루에서 나지완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김주찬이 협살에 걸렸지만, 상대의 판단착오와 김주찬의 혼신의 주루로 결승점을 뽑았다. 흐름은 반격에 성공한 KIA로 넘어왔다. 1차전 패배로 의기소침했던 동료들도 “이제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양현종의 1-0 완봉의 나비효과는 시리즈를 지배했다.


▲ KIA 파죽지세-나지완 again 2009 대포
1승1패 균형을 맞춘 양팀은 잠실구장으로 옮겨 3차전을 가졌다. KIA가 중반 공세를 펼쳐 4점을 뽑았다. 두산도 지지 않고 한 점씩 추격하더니 4-3까지 추격했다.


이날 KIA는 낮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수비형 라인업을 구성했다. 나지완이 빠지고 좌익수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나섰다. 나지완은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기용할 계획이었다. 그 순간이 찾아왔다. 9회초 안치홍이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김선빈이 보내기 번트를 했다. 나지완은 2사후 포수 김민식의 타순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두산은 소방수 김강률을 내세웠다. 나지완은 김강률은 2구 직구를 통타해 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주자가 3루에 있어 포크볼을 던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직구를 노린 것이 통했다. 2009년 역전 끝내기 홈런과 비슷한 궤적과 비거리였다.


상승세에 올라탄 KIA는 4차전에서도 임기영이 호투하고 타선이 천적 유희관을 초반 공략에 성공해 5-1로 3연승을 달렸다. 소방수 김세현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따냈다. 불펜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었다. 두산은 계속 방망이가 맞지 않아 고전이 계속되었다. 3주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KIA 투수들의 싱싱한 공을 견뎌내지 못했다.


▲ 전쟁의 끝-양현종 MVP 드라마 
10월 30일 운명의 5차전. KIA는 5차전에서 끝낼 각오였다. 두산도 이대로 4연패로 몰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반격의 1승을 통해 광주에서 역전을 생각했다.


승부의 신은 처음에는 KIA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범호의 만루홈런이 터지고 추가 2득점에 성공해 7-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시리즈는 이대로 싱겁게 끝나는 듯 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3회초 1사 3루 상황 KIA 버나디나의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3회초 1사 3루 상황 KIA 버나디나의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7회말 두산의 대반격이 있었다. 타자 일순하면서 대거 6점을 뽑아 6-7까지 추격한 것이다. 8회와 9회에 기적의 역전을 예고하는 듯 했다. KIA에는 김윤동과 양현종이 있었다. 김윤동은 8회 무사 1루에서 등장해 삼진 2개를 곁들여 완벽하게 세 타자를 제압했다.


그리고 양현종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9회에 등장했다. 볼넷과 3루수 김주형의 실책까지 겹쳐 1사 만루위기에 처했다. 양현종은 박세혁 유격수 뜬공,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드라마틱한 최종전이었다. 양현종을 소방수로 기용하는 독한 승부수가 통했다. 선수들은 간절함으로 한마음이었고 KIA의 불패신화는 이어졌다.


이선호

◆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

20년 넘게 야구기자로 살고 있다. 어릴 때 야구가 좋아 무작정 광주행 시외버스를 타고 무등야구장을 찾았다. 1994년 ‘광주일보’ 입사 후 프로야구 담당기자를 자원했고 ‘스포츠투데이’를 거쳐 지금의 ‘OSEN’에서도 야구밥을 먹고 있다. 예측을 거부하는 야구의 무궁무진한 변수가 좋다.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온갖 사건들은 곧 우리들의 인생이다.

박기순 기자 pks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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