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궁신시(舊弓新矢)‘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활과 새로운 화살이라는 뜻으로, 그래야만 화살이 잘 맞는다는 의미이다.
오랜 역사의 우리나라에 4년 전 7월 26일, 국민안전의 적을 물리칠 소방청이라는 새로운 화살이 비로소 만들어졌다.
그동안 소방청은 육상재난 총괄대응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만큼 성장·발전했는지, 그리고 각종 재난과 사고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무거운 책임감으로 지난 4년을 돌아본다.
소방청 출범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대형화·복잡화되는 재난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고수위 우선대응’ 원칙 아래 시·도간 경계를 뛰어넘어 총력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대형재난이 발생할 경우, 소방청장이 전국의 소방자원을 통합 동원·지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소방청에 신속대응팀을 편성·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정비했다.
이러한 노력은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 시 872대의 소방차와 3천여 명의 소방관 집결, 2020년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산 시 192대의 구급차 동원,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 시 울산에 없던 고가사다리차 4대를 다른 시·도에서 신속히 동원하는 것 등으로 빛을 발했다.
이와 함께 119구급대는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소방청의 지휘에 따라 확진·의심자 이송 및 백신 접종센터 운영 지원, 해외 단체 입국자 이송 등 보건당국, 의료진들과 함께 위기 극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응급상황에서 국민들이 필요한 응급처치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시범사업과 법령 개정도 진행 중이다.
예방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들이 있었다. 소방시설의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건설공사와 함께 발주되었던 소방시설공사를 분리 발주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화재조사, 구급 이송, 소방안전 민원처리 등으로 생산되는 빅데이터가 재난사고 예방과 대응에 활용될 수 있도록 ‘소방안전정보시스템’으로 연계·통합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도 시작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선제적으로 화재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재난현장에서는 정확한 건축물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받아 재난대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됨에 따라, 시·도 재정 여건에 따른 소방인력과 서비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 예산 지원으로 오는 2022년까지 2만 명 충원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소방의 기능과 역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소방청에 추가로 1국 4과를 신설하여 업무의 전문성과 재난대응역량을 강화하게 되었다.
또한 국립소방병원과 박물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결국 대국민 소방서비스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4년 전 활을 든 사수(射手)는 국민이었다. 국민안전을 수호하고 재난을 물리치기 위해 소방청이라는 화살을 만든 것이다.
활시위로부터 받은 힘이 목표물까지 방향을 잃지 않고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간(矢幹) 즉, 화살대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소방대원들이 목표를 꿰뚫을 화살촉이라면, 소방청은 화살대라고 할 수 있다. 4년 전 국민이 소방청에 부여한 화살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난 4년을 돌아보며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의 40년을 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