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을 원내 중진 의원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함께 ‘투톱’ 지도부 체제가 다음주 중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계엄 및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친윤석열(친윤)계·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계엄 옹호당’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권 권한대행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다음주 초 의원총회(의총)에 보고하고 공개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당초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도 겸직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비대위원장을 따로 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엄태영 의원은 재선 의원 간담회를 가진 뒤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원 마이크’보다 ‘투 마이크’가 낫다”며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은 분리 체제로 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3선 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혼자서 할 경우 업무 과부하에 걸리고, 당대표 역할을 하는 비대위원장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날 모임을 가진 초선 의원들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게 낫다는 데 뜻을 모았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권영세·나경원 등 중진 의원이 거론된다. 3선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이 두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친윤계 인사다. 나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원내대표를 맡았고 비한동훈(비한)계로 분류됐다.
친윤계·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는 데 대한 당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권 권한대행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다. 지난 3일 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도 불참했다.
김상욱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극우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해서는 안 된다”며 “비상계엄 사태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가깝거나 대통령과 성향을 공유했거나 또는 그동안 대통령의 이런 독단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익을 얻어왔던 사람들은 배제돼야 된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경우 ‘계엄 옹호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대통령을 제명시키는, 대통령과 분리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호 전 대변인도 전날 “5, 6선 중진 의원들이 계엄 정국일 당시 어떤 역할을 했냐”며 “당의 어른으로서 보여준 행동들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