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박기순기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고비용 결혼문화에서 과감하게 탈출, 남다른 작은 결혼식을 마련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식 본연의 의미를 살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110만 원으로 치른 성공적인 웨딩 콘서트” 이성애(34·대구 달서구)
만난 지 꼭 1000일이 되는 날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고 나니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정말 마음으로 나누고 축하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었다. 신랑과는 어쿠스틱밴드 활동을 함께 했던 만큼 하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 형식의 결혼식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전 웨딩 촬영이나 주례, 폐백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양가 어르신의 양해와 지지를 얻어 축의금도 받지 않고 식사도 드리지 않는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웨딩플래너도 고용하지 않았기에 하나하나 신경 쓰고 발품 팔 일들이 많았다. 콘서트 형식이니만큼 예식공간으로 소극장을 생각했는데 대관료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집 근처 시립복지회관 소강당을 무료로 대여해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담하고 깔끔한 공간이 마음에 들어 바로 대관신청서를 작성했다.
100장짜리 한지 한 묶음을 사서 집에 있는 프린터로 청첩장을 인쇄한 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일일이 접고, 밋밋함을 없애기 위해 나비 모양 도장을 찍어 봉투에 넣었다. 꽃도매시장에서 아름다운 부케와 부토니아뿐 아니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혼주용 코르사주까지 3만4000원에 해결했다. 식사를 대신해 약간의 다과를 내기로 하고 결혼식 시간에 맞춰 김밥 100인분과 떡, 과일, 음료 등을 준비했다.
웨딩 콘서트 당일, 소강당에 도착해 8만 원에 대여한 미니드레스로 갈아입고 구두를 갈아 신은 뒤 신랑 얼굴에 얇게 비비크림을 발라줬다. 신랑은 입던 양복과 조끼에 보타이와 흰색 장갑만 꼈을 뿐인데 예복 느낌이 났다.
시간이 되자 우리의 사진으로 만든 식전 영상과 조명이 꺼지고 남자친구가 무대에 올라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불렀다. 그리고 나도 무대에 올라 함께 사회를 보며 우리의 웨딩 콘서트를 시작했다. 지인들이 휴대전화로 찍어 보낸 축하 동영상을 편집해 상영하고, 예식이 시작되기 전 하객들에게 받은 질문지를 뽑아 대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밴드 후배들의 축하공연 뒤 우리 둘이 개사한 노래 ‘슈퍼맨’을 부르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40여 분간 다 함께 박수 치고 소리치며 함박웃음을 짓다 보니 우리의 웨딩 콘서트는 끝이 났다.
결혼식에 쓴 비용을 계산해보니 약 110만 원(신부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 8만 원, 신부 미니드레스와 구두 대여 8만 원, 부케와 부토니아 구입 3만4000원, 청첩장 용지와 보타이·장갑 등 구입 2만 원, 하객용 다과 100인분 약 50만 원, 하객 답례용 수건 약 38만 원)이 들었다.
사실 양가 어른들의 반응이 염려되기는 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그런 결혼식을 할 생각을 했냐고,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와 부러움 섞인 이야기를 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는 걱정을 하셨던 어머니도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그 누구보다 우리 두 사람의 결정을 자랑스러워하시며 결혼식 멘트를 외울 정도로 녹화영상을 자주 보셨다.
“셀프 웨딩 촬영, 셀프 결혼 축가” 김지은(32·경북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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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결혼 과정과 정형화돼버린 결혼식에 우리를 끼워 맞추기 싫었다. 할 수 있는 건 직접 준비하고 싶었다.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셀프 웨딩 촬영을 하기로 했다. 비록 손재주는 꽝이지만 셀프 웨딩 촬영에 쓸 소품을 만들기 위해 문구점에 들러 1만5000원을 들여 색종이, 수수깡, 풍선 등을 구입했다. 촬영때 입을 의상은 그동안 사 입었던 커플룩을 최대한 활용했다. 남편의 나비넥타이를 사는 데 1만2000원 지불한 게 끝. 촬영 날 약속이 없는 친구를 사진작가로 섭외해 집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현지인만 알고 있는 조용하고 좋은 장소는 멋진 웨딩 촬영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예약을 위해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의 도움도 받았다. 소개해준 업체가 3곳뿐이었지만, 모두 다 마음에 들어 한 곳을 선택하는 게 오히려 고민이 될 정도였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예약에 55만 원을 지출했다.
야외결혼식이나 전통 혼례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예식장을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를 통해 예식장을 예약하니 주례비와 폐백음식 가격이 무료였다. 남편 누나가 결혼했던 곳이라 식비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인의 도움으로 무료로 셀프 축가 동영상을 만들었다. 셀프 축가 동영상을 만드는 체험은 기억에 남을 멋진 결혼 준비였고, 결혼 당일 반응도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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