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김주창기자] 모두가 불꽃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조국의 독립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모진 탄압에 맞서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같은 해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수립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의 내용을 알리기 위해 지난 3월 1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이 공식 개관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지난달에는 첫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기도 했다.
영토, 주권 등 국가가 세워지기 위한 필수조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의 열망으로 어렵게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 이후 10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자료 수집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임정기념관의 김희곤 초대 관장은 대한민국임시정부사 전공자로, 임시정부 역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편찬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며 7년간의 작업 끝에 51권의 자료집을 펴내기도 했다.
김 관장과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임정기념관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알아 본다.
다음은 김희곤 관장과의 일문일답.
김희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초대 관장.
- 지난 3월 1일 개관한 이후 약 4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임정기념관, 어떤 의미를 갖는 기관인가요?
1948년 대한민국 제헌헌법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을 세우고 1948년에 재건’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지금 우리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우리 기념관은 바로 그 헌법정신의 내용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문을 연 것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한 자료수집, 학술연구,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정립해가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는 기관입니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어떤 역사적 가치를 지녔나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두 단어가 합쳐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국가 이름이고, 임시정부는 정부 조직을 말합니다. 1919년 4월 11일에 나온 헌법 제1조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이렇게 돼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대한민국은 국가 이름입니다. 또 내용 끝에 보면 ‘대한민국 원년에서~’ 부문의 대한민국은 연호입니다. 우리의 연호를 사용해 주체성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했죠.
하지만 널리 아는 것처럼 국가는 영토와 주권 등을 갖춰야 하는데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할 당시 우리는 갖춘 것이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국가를 세우고 영토를 되찾아서 완전한 국가가 될 때까지는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이라는 조직으로 운영을 해 나가게 됐습니다. 훗날 임시정부는 정식 정부로, 임시의정원은 국회로 계승된 것입니다.
또 참정권을 얻기 위해 일어난 혁명을 시민혁명이라고 정의하듯, 3·1운동으로 민주공화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시민혁명을 일으킨 셈이죠. 그래서 3·1운동을 시민혁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과들이 담긴 것이 바로 대한민국임시정부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을 통해 군주사회에서 민주사회로, 근대국가를 만들어낸 역사적인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 개관 후 처음 맞이한 6월, 호국보훈의 달이었습니다. ‘숭고한 6월’ 기간 운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셨는데요. 어떤 점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셨나요?
호국보훈의 달 주제가 자칫 딱딱하거나 무거울 수도 있어 기념관 연구원들과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했습니다. 방문객 다수가 어린이, 청소년, 가족 구성원인 점을 고려해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로 기획했죠. 한인애국단 배워보기, 임시정부 요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러브레터, 독립신문 만들어보기 등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기관지였던 독립신문 만들어보기 프로그램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활약했던 그 분들과 교감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참여자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했고, 아주 인기가 좋았습니다.
우리 기념관은 호국보훈의 달뿐만 아니라 4월 11일 103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주간, 어린이날을 기념해 마련한 프로그램을 위해 다양한 교구와 보조 교육 자료들을 만들었는데요. 특히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중국 광저우 총영사관과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에서는 현지 한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교구와 자료들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무상으로 전달하기도 했죠. 현지 한인지역 신문에도 보도 됐을 만큼 아주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라 밖에 있어보면 나라사랑 교육에 목 말라하고 참여하고 싶은 경우가 많죠. 그래서 우리 기념관은 이후에도 조금 더 세계 각지로 알리고자 합니다.
- 임정기념관에서 주요 전시물을 몇 가지 꼽으신다면요?
전시는 기법에 따라서 다양하게 연출되기도 합니다. 상설전시1관 입구에 있는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작품을 비롯해 대형 영상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아트도 감명 깊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역사가 머릿속을 지나는 듯 연출되는 영상 중에는 수많은 물방울이 관람자의 어깨 위에서 벽으로, 바닥으로 흘러가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물방울 속에는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한 분 한 분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영상 속에 나타나는 대형 태극기가 그 공간을 모두 아우르면 그 공간 속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상설전시2관에 설치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걸어온 길-돌아오기 위해 떠난 4000km’ 미디어아트.
‘역사의 파도’ 상징벽도 있죠. 저녁 무렵이면 빛의 변화에 따라 물결이 일어납니다. 그 물결 사이사이에 독립선언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헌헌법 전문 등이 새겨져 있는데요. 굉장한 격랑 속을 거쳐온 우리의 역사가 담긴 ‘역사의 파도’를 시간에 따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올해 3·1절 기념식도 바로 이 상징벽 앞에서 했는데요, 앞으로 두고두고 그 곳에서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현재 전시돼 있는 자료 중에는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 초판본’(1915)과 해방 후 환국하기 바로 전에 충칭에서 김구 주석이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표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한·중·영문판 한인 애국가 악보’를 주요 전시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악보는 우리 기념관이 개관하면서 구하게 된 자료로, 처음 공개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여러 원본 자료들이 기념관으로 들어오고 있어 앞으로 계속 전시에 활용하게 될 예정입니다.
-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지난 4월부터 계속 운영되고 있는데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앞으로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우리 기념관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교육뿐만 아니라 전시, 연구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얘기할 때 ‘여기에 가면 다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앞으로 우리 기념관이 ‘자료의 보고’가 돼야 합니다. 당장 제1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 있는 임시정부와 관계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도 가장 큰 과제죠. 연구를 이끌어나가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모색해나가는 그런 기관이 돼야 합니다.
다음이 전시, 교육입니다. 특히 교육은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다양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찾아 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념관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맞춘 교육과 교재가 있어야 하고, 조금 거리를 두는 분들에게는 그 분들에 맞춘 교육을 해야 합니다. 또 초등학교, 중학교 눈높이에 맞춰 수업 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관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드려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인접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협력해 독립문, 독립관에 이어 우리 기념관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나라사랑 현장 탐방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외관.
- 국내외 박물관과의 교류 및 협력 계획이 있으신가요?
독립운동을 주제로 삼는 기념관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바로 이들과의 협력망을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 전국 37곳의 기관이 우리 기념관에 모여 전시·교육의 내용을 공유하는 방안을 찾는 회의를 가졌습니다. 우리 기념관에서 1년에 두 번 특별전시를 하는데, 작게 전시 부스나 박스를 만들어 지방에 있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과 함께 진행하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지원사업과 순회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현재 기획 중인 전시, 행사 프로그램도 있으신가요?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이번 8월부터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서 세 가지 주제로 전시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과 중국 간 협조관계 속에서 만든 청사 찾기·보존 전시가 하나의 주제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한중 수교가 된 이후 많은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됐거든요. 이에 대한 주제를 하나 삼으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국제한중공동학술회의에 대한 것인데요. 자료 수집이나 논문 발표 등 국제학술회의가 30년 동안 많이 진행됐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에서 활약할 동안 당시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고, 그렇다면 자료를 더 찾아낸다고 할 때 지금 중국에서 찾아내는 게 대부분입니다. 중국의 학자들도 자료를 찾고, 우리도 찾고. 그 다음에 그들도 임시정부를 연구하고, 우리도 연구합니다. 이렇게 해서 공동으로 진행해온 학술행사가 30년이 경과됐죠.
내년 전시를 위한 다양한 주제들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가했던 여성들이 있죠. 우리 역사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것이 언제일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헌헌법, 1919년 4월 11일 나온 헌법 제3조에 남녀 빈부 귀촌의 차별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민주공화제일뿐만 아니라 최초의 남녀평등이 보장된 헌법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가했던 요인들 그룹에서 여성들, 그 다음에 임시정부의 외곽조직에서 활약했던 여성들 등 그들의 기여도 아주 중요하죠. 아직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기여한 여성들의 삶을 전시 주제로 제안해봅니다.
- 초대 관장으로서 향후 기대되는 임정기념관의 역할과 운영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가는 국가사의 정맥을 확실하게 밝혀 정리를 하자면 차분하게 밭을 갈고 퇴비를 뿌리고 씨를 뿌리고 하는 것처럼 자료 수집부터 천천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기념관은 처음부터 기초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에서 이렇게 발전해 왔다’, ‘독립운동의 과정에서도 이렇게 발전해 나갔다’ 등 이런 것을 정리해 우리나라 역사에 굳건한 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김 관장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가는 국가사의 정맥을 확실하게 밝혀 정리를 하자면 자료 수집부터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생조직이다보니 안으로, 밖으로 다 과제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조직인데요. 곳곳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다같이 짜임새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기초를 잘 다져야 합니다.
자료를 수집·연구하고 전시에 제공하며 교육 쪽으로 나아가는 이러한 왕성한 활동을 하기까지 내부 조직을 정예화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내부의 만족도가 먼저라고 생각해 1년 동안 관장이 매달 강의를 하겠다고 했죠. 첫 달에는 ‘세계사 차원에서 보는 임시정부’, 둘째 달에는 ‘윤봉길 의거 70주년에 돌아보는 윤봉길 의거의 의미’, 셋째 달에는 ‘관장이 해설하는 전시관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7월 달에는 ‘백범일지와 나’를 통해 관장이 왜 임시정부를 연구하게 됐는지 등을 전할 생각입니다.
연구자들도 매달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로 해 첫 순서로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전시 담당자들도 주변에 많은 기념관, 박물관들의 전시 기법을 소개하고 우리 기념관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내부자들의 역량이 높아지지 않으면 성과를 잘 내기 어렵습니다. 내부 조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숙도를 높이는 작업이 저로서는 제일 다급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