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영환기자] 텔레비전을 켜면 사극 한 편쯤은 볼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극이란 장르를 좋아한다. 요즘은 정통 사극보단 신세대 취향에 맞게 퓨전 사극을 제작하곤 한다. 사극을 보다 보면 의정부나 사헌부 같이 우리에게 제법 잘 알려진 관청이나 영의정, 이조판서처럼 친숙한 관직 이름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런데 평시서, 전옥서 같은 관청이나 한성판관(漢城判官), 통례원정(通禮院正)처럼 매우 낮선 관직 이름이 등장하면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고등학교 때 ‘국사’ 공부를 열심히 할 걸’, 같은 생각도 들지만, 열심히 공부했어도 이런 관청과 관직명은 알기가 어렵다. 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관련 책자를 지속적으로 발간해온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
상배)에서 이번에 ≪조선시대 서울의 관청≫(이하 ‘관청’)이란 책을 발간했다. 서울 시민들이
서울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위 사례 같은 당혹감을 느낄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서다. ‘관청’은 그동안 편찬원이 9권까지 발간한 ‘내고향 서울’ 시리즈의 하나다.
‘관청’에 따르면, 조선왕조 500년 간 서울에 있었던 관청은 대략 130개 안팎이다. 물론 잠시라
도 서울에 있었던 모든 관청을 다 계산한 건 아니고, ≪경국대전≫ ≪대전회통≫ 등 주요 법전
에 올라 있는 관청만 따진 숫자다. 130개 안팎의 관청은 각자의 성격과 기능에 맞게 궁궐 안,
도성 안, 도성 밖 등에 밀집되어 또는 흩어져 존재했다.
‘관청’에선 조선시대 서울에 소재했던 관청을 궐내각사, 이전․호전․예전․병전․형전․공전의 육전
(六典), 도감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궐내각사는 궁궐 안에 있는 관청이다. 궁궐은 왕과 그의 가
족들이 사는 사적 공간일 뿐 아니라 나라의 중요한 일이 결정되는 공적 공간이기도 했다. 이
런 궁궐의 이중적 성격에 맞게 궁궐 안에는 왕실 구성원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
원하는 관청들도 있었고, 왕이 국정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관청들도 있었
다. 이들이 바로 궐내각사였다.
육전은 조선시대 법전 편찬의 기본 형식이었다. 관청의 분류도 관청의 성격과 기능에 맞게 육
전별로 구분했다. ‘관청’에서도 이런 관행을 존중해 육전을 관청 분류의 기준으로 채택했다. 다
만, 궐내각사는 궁궐 안에 있다는 소재지의 특수성을, 도감은 일시적 필요에 따라 설치했다가
이내 해체되는 특수성을 감안해 별도로 다뤘다. 그리고 독자들이 관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관청의 명칭, 분류 방식, 청사 배치와 관청의 분포 상황, 운영 방식, 관청의 기록물을 정
리해 1장에 서론 격으로 배치했다.
각론에 해당하는 2~8장에 수록한 관청들은 관청의 주된 역할 내지는 성격에 따라 정치․행정,
학술, 의례, 군사, 왕실 생활 지원, 경제, 재정, 외교, 의료, 사당, 군영, 치안 등의 소항목으로 묶
어 정리했다. 개별 관청은 역할, 연혁, 명칭, 위치, 인적 구성 순서로 정리했으며, 끝에 해당 관
청과 관련 있는 조선왕조의 문화를 짧게 덧붙였다.
조선시대에 도성을 쌓는다거나 불에 탄 궁궐을 다시 짓는다거나 왕이 사망하는 등 나라에 중
요한 일이 있을 때면 도감이란 임시관청을 설치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이런 도감을 1천
회 가까이 설치했기 때문에 국장 때 설치하는 도감, 토목 공사 때 설치하는 도감, 중국 사신을
접대할 때 설치하는 도감 등을 대표적인 도감으로 다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은 조선시대 서울에 있었던 관청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 시민들이 조선의 수도 서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오랜 역
사를 지닌 역사문화도시 서울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청’은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서울 신청사 지하의 서울책방에서도
300권 한정판(권당 10,000원)을 구매할 수 있다. 이후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
(E_BOOK)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