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진승백기자) “권리 위에서 낮잠 자는 사람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명제가 떠오르네요. 헌법체계상 행정부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투표율이 너무 낮아서 인센티브제 도입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지만, 만약 도입한다면 몇 번의 선거에 걸쳐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을 늘리게 될지, 아니면 후보의 공약을 살피지 않고 ‘투표만’ 하는 사람을 늘리게 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글은 필자가 지난 3월 30일, ‘국민생각함’ 누리집에 올린 ‘투표 인센티브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라는 1차 설문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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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보다 손쉽게 의견을 공유, 확장시킬 수 있는 국민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 누리집이 개통됐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인터넷 및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쉽게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정부 3.0’ 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3.0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다.
3월 28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다수인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민, 관이 함께 행정, 제도의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는 국민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 을 개통했다. 국민생각함은 국민이 보다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방식의 누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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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각함 누리집에서는 생각의 탄생, 발전, 완성과정을 보다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국민생각함은 ‘국민신문고’ 로 대표되는 기존의 제도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이 여럿 있다.
첫째, 다수의 의견을 통해 생각을 숙성시킬 수 있다.
둘째, 정책과 제도로 발전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결과물을 쉽게 확인, 공유할 수 있다.
셋째, 국민이 직접 토론주제를 자유롭게 발제해 다수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넷째,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제안, 토론, 투표, 설문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복합적인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생각함은 생각의 탄생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이 타임라인으로 기록돼 흐름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공원이름 공모, 주민참여예산제, 금연구역 확대 및 대중교통 개편 의견수렴 등 폭넓은 분야에서 누구나 쉽게 인터넷, 모바일로 접속하여 글을 쓰고 확인,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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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접속해 본 국민생각함 누리집.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그렇다면, ‘국민신문고’와 ‘국민생각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민이 참여한다는 큰 맥은 같지만 국민신문고의 주요채널은 PC, 국민생각함은 모바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확인해 보니 국민생각함은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었다.
국민신문고의 주요 고객은 50~60대의 중, 장년층인데 비해 국민생각함은 2040세대로 소셜 로그인을 통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국민신문고는 1:1(제출자:담당자) 처리방식인 데 반해, 국민생각함은 다수:다수(참여자:기관 또는 민간)가 주제에 참여하며 토론, 투표 등을 통해 다회성, 반복적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유연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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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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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토론 이외에도 투표, 설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수와 나눌 수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필자는 국민생각함이 정말로 집단지성이 활용되는 공유의 장이 될 수 있는지 직접 주제를 선정하여 올려보기로 했다. 3월 30일, 필자는 ‘투표 인센티브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라는 주제를 설문형 방식으로 글을 올렸고, 총 8명이 응답(공감 포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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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필자가 최초로 설문을 올렸을 때의 모습.(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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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투표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생각의 숙성을 통해 투표에 대한 의견을 종합, 정리할 수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아직 국민생각함이 운영 초반이라 많은 댓글, 공감이 달리지 않고 있지만 국민생각함의 긍정적 취지를 고려하면 앞으로 유입되는 네티즌의 수가 점진적으로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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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각함 누리집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을 살펴보며 투표, 설문 또는 자신의 생각을 댓글 등으로 개진할 수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그리고 ‘이 주의 좋은 생각들’이라고 해서 탄생된 생각들을 보기 쉽게 배치해두고 있었다. ‘젠트리피케이션, 예술가의 도시는 불가능한 것인가?’, ‘선거유세가 소음이 되지 않기를’, ‘지역마다 다른 대중교통 하차 방법’ 등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 주제들이 있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의 사례로 이태원의 계단장을 제시한 글이 눈에 띄었다.
서울의 유명한 플리마켓 중 하나인 ‘이태원 계단장’은 지역상권 및 즐길거리의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많아지자 치솟는 임대료와 동네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문제 등으로 현재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글 말미엔 “한 때 인디문화의 본거지였던 홍대 거리는 현재 프랜차이즈 맛집과 브랜드샵으로 가득 차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던 북촌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투기꾼들의 욕심으로 치솟는 임대료에 그들은 내쫓겨났습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은 예술가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에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던 소비자의 발길을 끊게 만듭니다. 갑으로 분류되는 건물주, 투기꾼의 욕심 아래에서 진정 예술가의 거리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라고 적혀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젠트리피케이션, 예술가의 도시는 불가능한 것인가?’)
슬럼화된 지역,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된 플리마켓 등의 즐길거리가 오히려 긍정적 취지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 숙성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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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남녀좌석 구분 유지에 대한 찬반투표 현황.(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그리고 ‘독서실 남녀좌석 구분 유지’에 대한 찬반투표도 진행 중에 있다. 이 글은 4월 4일 오후 3시 30분 현재, 39개의 공감, 5건의 공유, 111명의 투표 참여를 이끌며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생각을 공유하는 댓글까지 포함하여 총 174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 사례는 국민신문고 민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굴된 사례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개선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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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려 있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행정자치부 김성렬 차관은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국민이 정책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주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정책 제안부터 설계, 집행, 평가 전 과정을 연결해서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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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꾸러미에 표시된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길 기대한다.(출처=국민생각함 누리집) |
필자는 우리의 생각이 손쉽게 공유되고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 봤을 법한 다양한,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한 다수의 생각, 집단지성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민생각함이 잘 정착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아무쪼록 국민생각함이 정부 3.0의 공유, 협력, 개방 등의 가치를 잘 실현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단|전형wjsgud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