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박기문기자] "총리님, 경주 APEC 인프라 시설 진척 사항을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남긴 글이다. 그리고 약 6분 후, 댓글이 달렸다. "대통령님, 지금 APEC 현장 1차 점검을 위해 경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점검 후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함)이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올라옴과 동시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장을 달려가고 있었다. 대통령의 SNS를 통한 업무 관련 지시도 파격적이었지만 총리의 빠른 답글과 속도감 있는 현장 점검 행보는 이례적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 및 중점과제로 펼쳐진다. 대한민국은 APEC 의장국으로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21개 회원국을 선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협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직후인 7월 11일, 인프라 조성 현황을 살펴본 첫 점검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경주로 달려가 현장을 살뜰히 챙기고 돌봤다. 7월 15일에는 정상급 숙소, 서비스 준비 현황을 점검했고 지난달 6일에는 항공·교통·의료 분야 준비 상황을, 같은 달 29일에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문화·관광·홍보 분야의 준비 상황도 집중 점검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도 김 총리는 경주로 향했다. APEC과 관련한 사항들은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북 경주시 동궁과 월지를 찾아 APEC 참가자 관광 프로그램 준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5.8.29. (ⓒ연합뉴스)
정책브리핑은 APEC 정상회의 D-50일 계기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APEC 준비 상황과 성공 개최를 위한 각오, 핵심키워드로 떠오른 '초격차 K-APEC'에 대한 생각 등을 서면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김 총리는 인터뷰에서 "APEC 준비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린 외교 무대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APEC 준비에 임하는 소감을 말했다. 특히 지난 한미·한일정상회담 이후 APEC에 쏟아지는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진 만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정상화를 세계에 알리고 각국 정상들과 경제인들을 놀라게 할 초격차 K-APEC이 되도록 빈틈없는 준비로 역사에 남을 APEC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나눈 일문일답.
◆ 2025 APEC 정상회의(이하 APEC)가 이제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취임 후 APEC 현장인 경주로 네 차례에 걸쳐 회의장, 숙박시설부터 교통·항공·의료 현장까지, 폭염 속에서도 꼼꼼히 점검하고 계십니다. APEC 준비위원장으로서 APEC에 임하는 각오와 현장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APEC은 단순한 외교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국가적인 자원을 대거 투입하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으로서 '기본'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비스, 인프라, 문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우리만의 APEC'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경주를 비롯해 인근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정상회의장, 만찬장, 숙박시설 등 인프라 조성 현장을 점검 중입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일에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제8차 준비위원회를 주재해 행사 준비현황 전반을 점검했고 만찬, 문화행사, 부대행사 기본계획 및 정상 입출국 기본계획 등을 확인하면서 모든 관계기관이 마지막까지 준비에 성심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나 뵌 관계자분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저와 함께 움직여주고 계셔서 든든한 마음입니다. 항공·교통·의료는 물론, 문화·관광 분야까지,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저는 현장을 찾아뵐 때마다 무엇보다도 '방문객 입장'에서 세심히 살펴봐 달라고 당부드립니다. 모든 이가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에 임하고 있고, 준비위원장으로서 저 역시도 남은 50일 동안 철저히 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 역사에 남을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APEC은 2005년 부산 APEC에 이어 20년 만에 열리는 아주 뜻깊은 행사입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첫 행사이기도 하고요. 국민들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할까요.
이번 APEC은 2005년 부산 APEC에 이어 20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이 의장국을 맡아 열리는 국제행사인 동시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세계인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첫 국제무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국민들께서는 이번 APEC이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K-APEC'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미래 비전과 창의적 해법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자리라는 점에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APEC은 전 세계 GDP의 60% 이상, 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체인 만큼,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투자 활성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상회의 주간에 경제인 행사로 APEC기업인자문위원회(ABAC) 회의,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정상-ABAC과의 대화를 개최하는 등 민간 부문의 참여를 극대화해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K-컬처를 비롯한 한국문화의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신다면, 이번 APEC은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 여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APEC에서 정상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년 전에는 APEC 의제들이 무역과 투자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이제는 혁신과 디지털화, 인구구조 변화 등 역내 도전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제들을 주도하고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대한민국만의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특히 정상회의 핵심 성과로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추진하고 있는 바, 아태지역이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AI 기술 선도국이자 저출생·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고 있는 한국이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번 기회는 20년 간 달라진 우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문화강국으로서의 면모 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회의 내용 뿐만 아니라, 의전, 문화행사,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준비해, 회원 정상들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는 APEC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 D-100일을 앞뒀던 7월 23일 종합점검회의에서 'K-APEC, 결국 국민이 합니다' 발제를 통해 "대한민국 고유의 가치가 일관되게 반영되는 초격차의 APEC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초격차'의 뜻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고 K-APEC에 어떻게 반영되길 바라는지도 들려주세요.
초격차의 APEC을 만들겠다는 것은, 역대 어느 APEC과도 차별화할 수 있는 APEC을 개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경주는 우리나라 천년고도로서, 신라의 천 년의 미소, 한글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가치가 일관적으로 반영되는 'K-APEC'을 개최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통합·평화·문화·애민과 같은 '신라의 정신'을 기반으로 신라의 역사와 한국문화의 감동을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넣어 APEC 정상회의 이후에도 개최 도시 경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나고, 더 나아가서는 경주를 한국의 관광도시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 '문화 아이콘' 지드래곤(G-Dragon)을 APEC의 홍보대사로 임명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총리님의 역할이 컸다고 들었는데요. 전 세계를 사로잡는 지드래곤의 홍보대사 활동이 APEC에 미칠 시너지를 어떻게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드래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자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이러한 인물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홍보대사로 함께 하게 된 것은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어 홍보대사로 최적이라 생각돼 매우 뜻깊고 홍보대사를 수락한 점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APEC D-100일인 7월 23일에 소셜미디어로 지드래곤에게 "위촉장 잘 갔나요"라고 해시태그를 걸었는데 센스 있게 "수신완료" 해시태그와 위촉장 사진으로 답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창의적인 소통과 혁신이 APEC의 홍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지드래곤과 광고 제작사인 '돌고래유괴단'의 협업으로 APEC 홍보영상을 제작 중입니다. 이를 통해 APEC이 전하려는 '연결과 혁신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APEC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이 공유하는 미래지향적 가치와 비전을 전 세계에 더욱 친근하고 강렬하게 알려 젊은 세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며, 우리나라가 이번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혁신과 문화적 소통'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확산하는 데 중요한 기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책브리핑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APEC 준비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린 외교 무대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과 함께하는 APEC'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관련하여 APEC 정상회의 준비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PEC을 단순히 세계 정상이 모이는 국제회의에 그치지 않고,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K-컬처와 신라 역사를 결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관련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행사 준비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제안받고 외국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의 여러 방안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APEC'을 토대로 유례없는 'K-APEC'을 개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K-APEC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