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김한규기자) 세계가 그 가치를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우리나라에 12곳이나 있다. 먼저 199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석굴암과 불국사, 그리고 2000년에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있다. 이곳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수학여행이나 단체관광 등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지만 알고 가면 또 새로운 게 보이는 곳이다.
불교의 이상을 현실에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석굴암과불국사는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최고 경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원형 보전이 잘되어 있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특히 다보탑과 석가탑은 고대 동북아 불교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천년고도의 문화가 살아 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총 5개 지구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불교 유적이 있는 남산지구, 옛 왕궁 터였던 월성지구, 많은 고분이 모여 있는 대릉원지구, 불교 사찰 유적지 황룡사지구, 방어용 산성이 위치한 산성지구 등으로 제대로 둘러보려면 2박 3일도 빠듯하다. 신라인의 문화와 예술감각을 잘 보여주는 경주는 어딜 가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충분하다.
신라예술의 정수를 만끽했다면 발걸음을 돌려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 등 백제의 옛 도읍지는 어떨까.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고대왕국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이곳도 경주만큼이나 볼거리가 풍부하다. 백제의 문화는 신라나 고구려와 달리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세련된 백제의 문화유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201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양동과 하회는 마을의 배치와 가옥의 전통에서 500여 년 동안 엄격한 유교의 이상을 따라 촌락이 형성되었던 조선시대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곳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영국 여왕의 방문으로 화제가 됐던 하회마을은 교육·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양동마을은 내국인 해설 시간에 맞춰 가면 훨씬 더 생동감 있는 마을 구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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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사진=동아DB) |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고려 팔만대장경은 그 내용의 완전성과 정확성, 예술성의 관점에서 세계 불교 역사에서 독보적인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고려 팔만대장경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것과 별도로 대장경판을 봉안하고 있는 목판 보관용 건축물인 해인사 장경판전도199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5세기에 고안된 장경판전은 대경장판을 600년이 넘도록 변형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관해온 우리 건축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도 200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움직이지 않는 대륙 지각판 위열점(熱點, Hot Spot)에 생성된 대규모 순상화산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요새 형태의 성산일출봉 응회암은 벽면이 바다 밖으로 솟아나와 경관이 빼어나다.
계절에 따라 색과 모습이 달라지는 한라산은 폭포, 갖가지 모양으로 형성된 암석, 그리고 주상절리(柱狀節理) 절벽, 분화구에 호수가 있는 우뚝 솟은 정상 등이 경관과 미적 매력을 더해준다. 용암 동굴인 거문오름동굴은 천장과 바닥이 형형색색의 탄산염 생성물로 장식돼 있고 탄산염 침전물은 어두운 용암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덮여 있어 독특한 볼거리를 연출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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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사진=동아DB)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손꼽히는 제주 거문오름동굴
동서양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건축물 ‘종묘’와 ‘조선왕릉’
서울에서 멀리 나가기가 어렵다면 199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나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을 찾아가보자. 종묘 정전은 동서양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건축물로 꼽힌다. 죽은 자들을 위한 세계를 조영한 건축답게 절제, 단아함, 신성함, 엄숙함, 영속성을 보여준다. 건축물과 함께 제사, 음악 등무형유산이 오늘날까지 행해진다는 점에서 종묘의 문화유산 가치는 더욱 높다.
창덕궁은 전통 풍수지리 사상과 조선왕조가 정치적 이념으로 삼은 유교가 적절히 조화된 대표적인 건축물로, 중국의 궁궐 건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조선 왕실 정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후원이 압권이다. 하지만 창덕궁 후원은 개별 관람을 할수 없다. 문화재 보호와 생태 보존을 위해 제한된 인원만 인터넷 누리집(www.cdg.go.kr)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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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사진=동아DB) |
경기 광주, 성남, 하남시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은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로 2014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7세기 조선시대비상시 임시수도의 기능을 하도록 계획·설계된 산성으로 한국식으로 요새화된 도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5개의 둘레길 코스가 있어 체력에 맞게 골라서 돌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있는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총 48기가 2009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뛰어난 자연경관 속에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기본으로이상적인 자리를 선택해 조성한 조선왕릉은 유교문화 맥락에서 자연 및 우주와의 통일이라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장례 전통에 입각해 만들어져 세계적으로도 드문 건축 문화를 보여준다. 호젓하면서도 경건한 공간으로 사계절 언제 들러도 고요한 정취가 흘러 마음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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