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부산의 봄을 가슴에 담다

  • 등록 2016.05.13 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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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뉴스/진승백기자)  우리는 보통 관광지 부산이라고 하면 흔히들 해운대태종대광안대교 등의 유명한 장소만을 으레 떠올리곤 한다하지만이번 봄 여행 주간을 맞아 부산관광공사에서 관광객들에게 다소 특별한 여행 기획 코스를 추천했다. 바로 ‘피란수도 부산’ 코스이다. 정책기자단 5명(송민재, 성보빈, 신우철, 고광남, 장은진)이 합심한 ‘부스토리(부산+스토리)’팀이 지난 5월 7일~8일 1박2일에 거쳐 이 코스를 돌아봤다.

봄여행주간

정부 차원의 관광 장려 기간인 ‘봄여행주간’ 부산관광공사의 추천 테마

 
2014년 처음으로 시행된 여행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의 지원 아래 지자체관광업계가 협력해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편의시설입장료 등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제도이다. 이 기간 부산관광공사는 5월 1일부터 14일까지 ‘돌아와요 부산항아날로그 여행’을 주제로 한 봄 여행주간 프로그램을 통해 ‘피란수도 부산’ 컨셉의 여행을 선보였다.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가 군데군데 담긴 피란수도에 관련된 명소를 찾고부산의 명물이 된 피란음식을 맛보며, 그 시절의 역사적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부산역 앞에 마련된
부산역 앞에 마련된 부산관광공사의 봄여행주간 홍보용 컨테이너 부스

 
초량전통시장과 피란음식 밀면

1일차 낮 무렵먼저 초량전통시장에 발을 디뎠다이곳저곳에서 전통 상인들의 사투리가 들려온다정겨운 옛날 전통시장의 인간미가 물씬 풍겨와한국전쟁 당시 피난촌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는 듯했다

현지 시장 상인에게 피란음식 밀면 가게 추천을 부탁하자무심한 듯하면서도 외지인을 챙겨주는 말투로 삼산면옥이라는 밀면 전문점을 알려 줬다.

밀면
부산 초량전통시장과 피란음식 밀면


밀면은 전쟁 당시 메밀이나 전분을 구하기 어려웠던 피란민들이 밀을 가지고 면을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밀면 한 젓가락을 휘감아 입에 넣자, 알싸한 양념과 함께 밀면의 깊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맛은 밀면이 
오늘날 부산의 대표 피란음식으로 자리잡은 이유를 오롯이 느끼게 해주었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내 본격적으로 부산 피란수도 탐방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겨운 느낌의 초량이바구길
정겨운 느낌의 초량이바구길, 168계단, 유치환 우체통

 
피란민의 생활터 ‘초량 이바구길’

점심식사 이후로는 가장 먼저 초량 이바구길로 향했다부산시 동구에 위치한 초량 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 부산항 개항 직후부터 해방 이후 피란민의 생활터가 자리잡은 50~60년대부터 70~80년대까지 부산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1.5km 
길이의 이바구길을 안내 푯말을 따라 걸으면 이바구 공작소, 168계단, 당산, 유치환 우체통, 장기려박사 기념관 등 다양한 역사 문화적 볼거리들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이바구길 중간에 위치한 이바구공작소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현지 노인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향수 가득한 게스트하우스 등의 상권이 눈에 띄었다.

이내 길을 따라 걸으며 8·15광복과 한국전쟁을 모두 겪으며 문학인의 삶을 살았던 유치환 시인의 이름을 딴 우체통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저 멀리 탁 트인 부산 바다를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유치환 우체통은 직접 손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야 발송이 되는아날로그적인 추억을 제공해주는 장소로 널리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장기려기념관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기념관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기념관’

이후 조금 더 길을 따라 이동하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 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이북 출신으로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가족 대부분을 북녘에 두고 거의 홀로 남녘에서 어러운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의료봉사를 하다 생을 마감한 그의 박애주의적인 삶에 사뭇 경건한 마음이 드는 기념관이었다

전시관 내부를 걸으며 그의 업적과 유품들을 보고 있자니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국가의 운명이 한 개인의 가족사에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일으켰는지동시에 한 위인이 이런 아픔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널리 사랑을 베풀었는지 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편, 기념관 한편에는 장기려 박사의 의복을 직접 입어 보거나, 그의 생애사 관련 영상을 학습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부산 대표 야식 먹자골목이 위치한 ‘부평깡통야시장’
부산 대표 야식 먹자골목이 위치한 ‘부평깡통야시장’
 
부산 야식의 모든 것 ‘부평 깡통 야시장’

야간에는 부평깡통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부평깡통시장은 8·15 광복 후 돗대기 시장등으로 불리게 되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 등의 깡통 제품과 더불어 밀수입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깡통 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후2005년 12월 5일에 전통 시장으로 인정되었다고 전해온다

중국터키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중앙통로에 규칙적으로 줄줄이 설치 된 포장마차에서 찾아 볼 수 있게 만든 문화 거리는, 그저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에 군침이 돌게 한다포장마차별 군것질거리 가격은 어림잡아 3,000원대로 형성돼 있어 관광객 입장에서 충분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케밥망고빙수딸기스무디타코야끼치킨 케사디아 등 다양한 다국적 먹거리를 기자단이 함께 나눠 먹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렇게 첫날 밤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우리팀의 여정은 이튿날에도 계속되었다. 첫째 날에는 피란음식과 피란마을을 위주로 둘러보았다면, 이튿날에는 박물관과 기념관 위주로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우리 일행은 오전에는 먼저 동아대학교 박물관과 부산 근대 역사관을 들렀고, 이후에는 UN기념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아대박물관과
동아대박물관(上)과 부산근대역사관(下)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과 ‘부산근대역사관’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 위치한 동아대학교 석당 박물관은 국보 2보물 12등록문화재 2점을 비롯해 총 3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박물관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과 나란히 전국 3대 대학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수많은 값진 소장품들을 소장하고 있음과 동시에 과거 임시정부청사였던 시절의 건물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역사적 상징성 또한 담고 있어 매우 크나큰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까지 부산 내에 현존하는 대표적 일제 강점기 시절의 서양식 건물인 부산 근대 역사관은 식민 통치 등의 아픈 역사를 담담하고 생생하게 담아내는 건물로, 2001년 5월부로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49호로 등록되었다

이곳의 상설전시관에서는 개항기 근대 부산
일제의 부산 수탈근현대 한미 관계 등 다양한 테마 전시관을 담고 있어 근현대 부산의 역사를 서사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한편, 전시관을 따라 걷다 보면 3층 제2전시실의 대청동 거리가 재현된 모습이 특별히 눈에 띈다대청동 거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근대 부산의 중심지이자 일본인들의 거류지로서 상업 건물들이 들어섰던 상징적 장소이다.

UN기념공원
UN기념공원

 
세계 유일의 성지 ‘UN기념공원’

UN에서 지정한 세계 유일의 성지인 유엔기념공원은, 1951년도에 유엔군 사령부가 한국전쟁 전사자 매장을 위해 조성한 곳으로훗날 2007년도에 등록문화재 제359호로 지정되었다미국영국 등 전투지원 16개국과 노르웨이덴마크 등 의료지원5개국 출신의 총 2,300여명 UN군들의 령이 잠은 곳이다

길을 따라서 전몰장병 추모명비와 위령탑무명용사의길 등을 보고 있자니 사뭇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혼을 바친 전 세계의 UN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샘솟아났다.

부산
봄 여행주간 여행을 마치고 기차를 타러 돌아온 부산역 풍경

 
이상으로 1박 2일의 여정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부스토리팀’의 봄 여행주간은 그저 놀러다니기만 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주간을 많아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 대신
 과거 한국전쟁 시절로 되돌아가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을 역사적 관점으로 바라보며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가 깃든그러나 동시에 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의미 깊은 장소들을 가족, 연인,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며 뜻깊은 추억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피란수도의 향수를 소박하게 간직한 부산 특유의 정겨움을 마음껏 만끽한 뒤 기차에 오르니 좋은 기억과 추억이 자꾸만 떠올라 언젠가 반드시 다시금 찾아오고픈 생각이 가득해졌다.

진승백 기자 pansy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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