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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0대 철거민 투신사망…“국가의 사회적 타살” 규탄

강제집행 후 유서 남기고 한강 투신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시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서울/남용승기자]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서 철거민 박준경(37)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지 3일만의 일이다. 박씨가 남긴 유서에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함께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는 소망이 적혀있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아현동 철거민의 죽음은 국가의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전국철거민연합 등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2구역의 세입자였던 박씨는 지난 3일 오전 11시쯤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 옷과 유서 등을 남긴 뒤 사라졌다. 신고를 접수한 한강경찰대가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박씨는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유서에 "어머니와 함께 살던 월세방을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났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집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심경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야위며 주름이 느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그의 모친을 걱정했다.

철거민들은 "지난 10월30일 120명의 용역 깡패들이 철거민의 집을 에워싸 차단한 뒤 폭력 강제집행을 가했다"며 "11월 1일에는 100명의 용역이 60대 철거민을 밀치거나 90세 노인 철거민에게 10통이 넘는 소화기 세례를 난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폭력 강제집행이 진행되는데도 현장에는 이를 관리 감독할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나 인권지킴이는 없었다"며 "인허가권자이자 관리 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은 살인적인 강제철거는 방치했고, 마포경찰서도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모친 박천희(60)씨는 숨진 아들을 '자존심이 강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못하는 착한 아들'로 기억했다.

박씨는 "강제집행이 있을 때마다 아들과 떨어져 다른 철거민 회원 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며 "아들이 강제철거를 당해 '돈이 없다'고 말할 때도 줄 수 있는 돈이 단돈 5만원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나는 집을 지켜야 해서 다른 사람을 통해 건내야 했다"고 힘겨웠던 삶을 되뇌었다.

철거민들은 박씨의 사연과 함께 아현2구역 철거민의 현실을 알리면서 "서울시가 두 차례에 걸쳐 마포구청에 철거중지 및 조합 인가취소를 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마포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100여명의 철거민들은 마포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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