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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3채의 한옥으로 본 ‘한옥 현대화’

천연동·낙락헌·토산리…각기 다른 색깔의 21세기형 한옥

[한국방송/박기순기자] 21세기형 한옥의 모습은 어떨까? 최근 한국의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화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처마의 우아한 곡선과 온돌의 과학, 소통의 공간인 대청. 한옥의 가치와 미는 옛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삶의 공간으로 인정하고 21세기형 한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구가도시건축’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동안 ‘천연동’, ‘낙락헌’, ‘토산리’ 등 각기 다른 색깔의 새로운 현대판 한옥을 완성시켰다. 한 소설가가 같은 시기에 다른 장르의 소설을 완성시킨 것과 같았다. 천연동은 마치 역사소설을 보는 것 같고 낙란헌은 공상과학소설을 보는 것 같다. 천연동은 ‘올해의 한옥대상’, 낙락헌은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토산리는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을 각각 수상했다. 정책브리핑은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소장(사진)을 만나 기존 한옥의 가치와 시간의 흔적을 잘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주거 요구를 잘 반영한 21세기형 한옥에 대해 들어봤다.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소장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소장이 한옥의 현대화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간이 곱게 쌓인 ‘천연동 한옥’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자리한 1939년 과거로부터 온 한옥. 조 소장은 “수년 동안 비운 집이었기 때문에 일부 지붕은 무너져 내려 있었지만 실력있는 대목이 지었는지 비례와 짜임이 좋고 보존상태도 양호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있었던 80년의 시간을 유지하면서 여기서 거주할 가족의 미래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잇는 것이다.

조 소장은 천연동 한옥을 통해 현대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한옥과 균형을 잘 맞추며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 또한 한옥의 현대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중 ‘아트리움’을 덮어 마당을 거실로 탈바꿈한 것이 눈에 띈다. 조 소장은 “잡지를 보다가 마당에서 식사하는 가족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마당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조금 생소했습니다. 주방과 식당이 가족생활의 중심공간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마당을 거실로 만드는 것은 보편적인 생각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의 현대적 삶을 지속시키면서 한옥을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트리움’을 고안해 냈다.

천연동 한옥은
천연동 한옥은 마당에 ‘아트리움’을 덮어 거실로 재탄생했다. 천연동 한옥은 2017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준공부문에서 ‘올해의 한옥대상‘을 받았다.(제공=박영채 작가)

아트리움을 붙이면 오래된 건물의 창을 다 뜯어서 새로 만드는 것보다 삶의 공간도 늘고 오래된 역사도 보존 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다.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가족은 눈과 비가 올 때면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눈 덮임에 운치가 있어 좋아합니다”고 말했다.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부족한 공간을 개선시켰고 무엇보다 한옥의 요소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한옥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확장시키는 작업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한 ‘낙락헌’은 21세기형 한옥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천연동이 과거에서부터 쭉 끌어왔다면, 낙락헌은 현재로부터 미래를 잇는다. 조 소장은 “보통 생각하는 한옥의 현대화는 낙란헌과 가깝습니다. 천연동과는 달리 신축 한옥의 장점을 살려 설계할 때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천연동과 낙란헌을 보면 그는 장소와 시간의 누적에 따라 태도를 다르게 하면서 한옥의 미래를 봤다.

외부에서 바라본 정자를 형태를 가진 ‘낙락헌’ 모습. 낙락헌은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제공=박영채 작가)
외부에서 바라본 정자 형태를 가진 ‘낙락헌’ 모습. 낙락헌은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제공=박영채 작가)

한옥은 원래 현관과 주차장이 없는데, 낙란헌은 한옥을 살짝 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해 공간을 만들어 정자처럼 만들었다. 조 소장은 “일본 건축가에게 보여주니 고인돌 같다며 한국적인 정서가 있다고 또 다른 의견을 줬습니다”고 설명했다. 

썬큰가든 뒤쪽에서 바라본 낙락헌의 모습. 마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썬큰가든 뒤쪽에서 바라본 낙락헌의 모습. 마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해 인상적이다.(제공=박영채 작가)

낙란헌은 썬큰가든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이 상징적이다. 지하와 1층은 마치 과거와 미래가 조합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그는 “현대인의 생활이 전통적인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면 아래 층으로 내려가서 현대적인 공간에서도 생활할 수 있게끔 고안했습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토산리 주택. 토산리는 2017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제공=윤준화 작가)
제주도에 위치한 토산리 주택. 토산리는 2017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제공=윤준화 작가)

제주도에 위치한 ‘토산리’는 또 다른 21세기형 한옥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한옥다운 집이다. 앞서 소개한 낙락헌과는 달리 외관은 한옥적이지 않지만, 한옥적인 요소를 살리고 제주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렸다. 조 소장은 “건축주가 처마나 마루 같은 한옥적인 요소를 살리길 원했고, 제주의 자연과 풍광을 잘 살렸으면해서 누마루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습니다”고 설명했다. 토산리는 제주 민가에서 모티브를 따와 낮은 지붕이 집을 확 덮어 안아주는 모습처럼 보인다. 별채공간에 있는 누마루는 현대건축의 재료와 구법으로 공간적 느낌을 새롭게 해석했다.

토산리의만의 입체적인 공간 확장 모습. 윗 레벨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욕실, 계단이 연결되고 아래로는 개방적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두었다.(제공=윤준화 작가)
토산리만의 입체적인 공간 확장 모습. 윗 레벨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욕실, 계단이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개방적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둬 공간활용 범위가 크다.(제공=윤준화 작가)

토산리 단면을 보면 대청은 높고 다이닝 낮은 것이 인상적이다.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단면으로 수평적인 민가의 공간구조가 입체적으로 확장되면서 크고 여유로운 공간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멀리 동네와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한옥 현대화 뛰어 넘어 우리 시대의 집

기존의 가회동 한옥마을과 신축된 은평 한옥마을의 건축기준은 같다. 조 소장은 “한옥의 현대화를 위해 심의 기준이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중국만 보더라도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의 경계가 없어져 전통건축의 언어가 현대건축의 언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건축들은 이미 경계를 허물고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묶어두고 있습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건축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고 많은 돈을 들여 집을 고쳤지만 사는 사람들의 삶에 누릴 것이 없다면 소용 없는 것”이라며 천연동과 같은 리모델링을 통한 자신만의 한옥 현대화 기법을 설명했다. 조 소장은 “사람마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않는 분위기가 있듯이 한옥에도 고유한 정취가 있어 그것을 상하지 않게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고 말했다. 창의적으로 접근하되 기존의 것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그는 한옥의 현대화로 나아가려면 정부가 먼저 창의적인 한옥을 지어야 한다고 한다. 전혀 한옥으로 안 보이는 데 한옥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거나, 현대적인 목조만으로 한옥적인 분위기를 구성을 하는 등 창의적인 기획을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즉 한옥을 전통적인 공간, 조형으로 고정해서 바라보지 않아야 한옥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건축의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그는 “앞으로 단순히 한옥에만 국한두지 않고 경계를 흐리면서 넓혀가 우리 시대의 집을 찾아나가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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