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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로벌 교통 이끌게 된 국토부 ‘김 과장’

김영태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조정과장
한국인 첫 OECD 정무직 이하 최고위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당선

(한국방송뉴스/김한규기자) 대한민국 공무원이 글로벌 교통을 이끌게 되었다.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으로 김영태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조정과장이 당선됐다.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은 3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OECD 내 정무직 이하 최고직위(A7)로 한국인이 이 직위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범한 사람도 한 우물을 파고 열심히 살면 국제사회에서도 통한다’는 그의 말.

정책브리핑은 김 과장을 만나 이번 공모 과정은 물론 국제사회에 진출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태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조정과장
김영태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조정과장.


- 먼저 당선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이번 당선은 한국인으로서 첫 OECD 내 정무직 이하 최고직위(A7)에 당선된 것이라 의미가 큰데요,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무엇보다 개인의 성공 여부 외에도 다른 공무원들이나 후배들이 이번 계기로 동기 부여가 되어 국제기구에 더 많은 진출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 이번에 당선되신 OECD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직은 어떤 역할의 자리인가요?

국제교통포럼은 OECD 내에 산하기관은 아니고 PART2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를 가지고 있고 행정적으로만 OECD에 속해 있습니다. 이에 OECD의 회원 수는 35개지만 국제교통포럼은 59개로 다릅니다.

ITF는 국제기구 중 유일하게 교통 분야의 모든 영역을 총괄하는 장관급 회의체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UN산하기구이면서 기존의 해운이나 항공 분야 등 특수분야만 다루지만, ITF는 특수 분야 외에도 철도·도로·항공 등 교통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는 유일한 기구입니다.

1년에 한 번씩 회원국의 교통 장관 회의를 통해서 장관 선언문을 만들고 그 해에 강조해야 될 교통부분을 이끌어 나갑니다. 또 교통에 대한 논의를 통한 정보 공유와 담론을 선도하는 계기도 만듭니다. 특히 교통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분석 및 컨설팅을 포함하고 때로는 교통 분야 전반에 대한 기초 연구도 합니다. ITF에서 다루는 교통은 철도·항공·도로 등을 포함한 폭넓은 종합교통을 말합니다.

기본적인 이념적인 측면에서 보면 먼저 경제적인 기여도를 생각합니다. 교통의 역할, 일자리 창출 및 산업의 발달 등 교통 발전에 따른 경제적인 가치를 중시합니다. 아울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친환경 문제를 주시하고 그에 따른 개선책을 지속해서 논의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령자, 소외 계층 등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합니다.

- 전 세계 26개국 100명의 전문가가 지원한 것은 물론 최종 당선되기까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출 과정을 설명해 주시고, 당선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100명이나 지원했다는 걸 몰랐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29명, 캐나다·영국·미국이 6~7명, 이탈리아 10명 정도였고 한국은 저 혼자였습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회원국 국적, 나이 제한(65세) 등 자격 조건에 의해 7명을 선발했습니다.

1차 서류를 통과한 7명은 2차 면접을 통해 캐나다, 영국, 한국 3명으로 좁혀졌습니다. 3단계는 3명 중 한 명을 떨어뜨리는 단계였는데, ITF 이사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이사들이 투표했습니다. 실무자들이 직접 투표했기 때문에 여기서 대세가 갈렸습니다. 제가 압도적으로 25표를 받았고, 나머지 분들은 8표씩 받았습니다. 최종 단계에서 캐나다 지원자와 함께 장관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투표한 결과 제가 사무총장으로 당선됐습니다.

과정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 결정적인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외교공관에서 한국을 지지할 수 있도록 활동을 해준 점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정부장학생으로 프랑스에서 석박사 과정을 유학한 덕분에 영어 외에 불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나머지 후보자 두 분은 불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 지난 2년 동안 ITF 이사회(TMB)의 이사로서 열심히 활동한 결과 한국을 의장국으로 유치했고 동료 이사들과도 좋은 신뢰를 쌓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 평소 ITF에 관심이 있었나요?

1993년도에 교통부로 입부해서 유학 가기 전까지 교통 쪽에 있다가 유학 다녀와서 2002년 이후에는 약 15년 정도 거의 건설 쪽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2년 전에 제가 예전에 과장님으로 모셨던 실장님의 권유로 교통 쪽으로 다시 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된 자리가 ITF 이사직을 겸하는 자리였습니다. 정말 우연히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김 과장은 첫 아시아 출신 사무총장으로서 국제교통포럼이 진정으로 글로벌한 포럼을 만들기를 원한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 과장이 첫 비(非)유럽 출신 사무총장으로서 국제교통포럼(ITF)을 진정으로 글로벌한 포럼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프랑스어와 영어가 모국어처럼 유창하다고 들었는데, 공직생활을 하면서 어학 능력을 키운 비결 등…

항상 5년 후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억울한 일을 당해서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좋은 기회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어떤 경우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남들 다 미국 갈 때 프랑스로 가서 불어도 배우고 학위도 받아서 결국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한 우물을 파고 열심히 살면 국제사회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공무원들을 보면 정말 똑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아는 것도 많고 대단한 것 같아요. 외국 친구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비전입니다. 똑같은 능력을 갖춘 사람도 비전에 따라 결과는 분명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고 기회도 많으니 후배들이 그 기회를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전을 글로벌하게 가져서 자기 자신의 발전에서 나아가 국가의 발전까지 생각해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언어공부는 가장 쉬웠습니다(하하). 이렇게 얘기하니 학력고사 수석한 사람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느낌인데요. 사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사니 분위기에 이끌려 사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백과사전을 사면 영어 테이프를 덤으로 줬는데요, 초등학생이다 보니 백과사전은 안 보고 기초 영어 테이프를 즐겨 들었습니다.

또 아버지가 파일럿이어서 중학교 때 미군부대를 통해 신기한 아이스크림과 햄버거, 피자를 접하게 되면서 미국과 영어에 눈을 뜨고 이국적인 관심이 생겼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영어회화 동아리, 대학교 때는 영자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며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불어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선택했고 대학교 때 부전공을 했습니다. 영어든 불어든 기초적인 거라도 아까워서 계속 노력하려고 했던 것이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지금까지 국내 교통정책과 주택·도시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담당하셨는데 추진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2002년 입국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계실 때였습니다. 참여정부는 사회정책에 관심이 많아 조직개편을 하면서 국토부에 주거복지과가 처음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초대 주거복지담당 사무관이 되었습니다. 주거복지에 대한 방향을 새로 잡고 역사를 새로 쓰는 첫 단추가 된 것입니다. ‘프랑스 주거복지정책 100년의 기원’이라는 책도 쓰고 주거복지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에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또한 해외건설과장을 하면서 제도적인 부분과 기업을 지원하는 부분에서 역할을 해 해외건설부분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태어나서 55개국을 다녔는데요, 그때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적도기니, 카메룬, 페루까지 가보고 많이 돌아다니며 다양한 세상을 발견하고 국제 감각을 키웠습니다.

- 임기가 5년으로 알고 있는데요, ITF 사무총장으로서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ITF 기구는 2006년 설립돼 올해로 10년째입니다. 다른 기구에 비해 역사가 짧죠. 또한 유럽 중심적이었습니다. 회원국 59개 나라 중 44개가 유럽국가며 지금까지 사무총장도 모두 서유럽에서 나왔고 이번이 처음으로 비유럽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시아 출신 사무총장으로서 중립적이고 ITF의 확장을 유럽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한 포럼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시아는 한국·중국·일본·인도 4개국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비유럽 국가들의 가입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활동했던 것을 돌이켜보면서 회원국들이 진정으로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것에 맞게 효율적으로 그들의 노선을 제시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없애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장관선언문에 대한 내용이 국가 정책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장관선언문은 각 나라 대표들이 모여서 논의에 대한 합의서인 만큼 국가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잘된 사례가 있다면 다른 국가도 따라 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합니다. 이론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이 현실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2년 동안 ITF의 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문제의식에 대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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