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김한규기자)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팀의 윤곽이 21일 드러났다. 선명한 개혁성과 과감한 재정 운용 의지를 담은 게 특징이다. 문재인정부 경제팀 중 빈 자리는 청와대 경제보좌관·경제수석·일자리수석과 금융위원장 정도다.

문재인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미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중장기 비전 보고서 ‘비전 2030’ 작성 실무를 총괄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가 김 후보자를 첫 경제부총리로 고른 것도 새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적극적인 정책 수립 및 추진력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옛 재무부 출신 관료 그룹인 ‘모피아’ 대신 EPB 인맥을 중용한 것은 그만큼 과감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중장기 국가 성장의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에서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 정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의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다. 그래서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 인선에서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신설 정책실장에 이미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더불어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선임한 건 재벌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장 실장 인선에 대해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측 요청을 마다하고 안철수 후보 정책좌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탕평’ 의미가 가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인사 철학은 친소관계, 진영·비진영 논리를 떠나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총 인적 자산 가운데 최적임자를 선택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장하성 정책실장-김상조 공정위원장’이란 삼각조합은 새 정부 경제정책 지향점이 사회 양극화 해소 및 경제민주화를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진보쪽으로 기운 경제 운용의 저울추 균형을 대선 중 문재인 캠프에 전격 합류한 대표적 보수성향 경제학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어느 정도 잡을지 주목된다. 김 원장은 헌법상 대통령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선임됐는데, 의장은 문 대통령이다. 1987년 개헌 때 설립 조항이 신설된 경제자문회의는 1999년에야 처음 구성됐으며 그 이후에도 가시적 활동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를 살리는 데 국가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헌법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잘 아시는 것처럼 김광두 원장은 대한민국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저와는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라며 “그러나 이제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