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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나라 곳간 지킬 ‘한국형 재정준칙’…해외는 어떻게 운용하나

독일 등 도입시 일정 유예기간 부여…EU·미국 등 위기시에는 일시 적용 면제
정책브리핑 원세연

[한국방송/박기문기자] 정부가 최근 국가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늘어나는 나라빚을 우리나라 제반 여건과,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우리 상황에 맞는 재정준칙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랜 고심끝에 들고나온 한국형 재정준칙은 무엇이고,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입한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터키만 없는 재정준칙

재정준칙은 국가 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이다. 즉,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고, 국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92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다.

이처럼 많은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한 것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악화를 완화하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제어하며, 인구고령화로 인해 미래의 재정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재정준칙의 도입 방안’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체제(1944년 7월 미국의 브레턴우즈에서 발족한 국제 통화 체제)가 붕괴되고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당시 급증한 국가채무를 재정규율 도입으로 안정시킨 바 있다. 

또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를 감축하기 위해서 균형재정이나 지출 삭감 등을 목적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복지지출의 증가 등의 이유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되자 예방적 차원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정부 입법으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로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집행하는 등 정부 지출이 급증하자 재정준칙 도입 목소리가 커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기 국면에 들어간 코로나19 위기시 일시적 채무·수지 악화가 앞으로 몇 년간에 걸쳐 국가채무와 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중기적으로도 2024년 채무비율이 50% 후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우리의 경우 가장 낮은 저출산, 가장 빠른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 성숙도 진전, 남북관계 특수성 등 여러요인 고려시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관리 및 재정여력 축적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도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며 정부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10월 7일 한국경제학회의 ‘국가부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의 93%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감사원도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할 것을 행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5일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는 없고, 한국형 재정준칙에만 적용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기재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에 따르면,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는 -3%를 기준으로 하되, 두 지표를 곱한 값이 숫자 ‘1’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즉 국가 채무 비울이 60%를 넘더라도 그에 상응해 재정적자 비율을 낮춘다면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판정하는 식이다. 또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발생하면 준칙 적용을 면제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복합적으로 설계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용하나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해외는 어떻게 운용중일까?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은 재정준칙 도입시 일정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가장 엄격한 재정준칙을 가진 나라로 꼽히는 독일은 통일 이후 국가 채무가 급증하자 2011년 헌법에 ‘부채 브레이크 조항’이라는 재정 준칙을 도입해 나랏빚을 줄였다. 부채 브레이크는 재정 적자 규모를 2011년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해 2016년부터는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유지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독일은 재정준칙 도입 후 중앙정부는 5년, 지방은 9년간의 유예를 둬 합리성을 갖도록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를 통해 독일은 2010년 기초재정수지비율이 -2.3%로 적자를 기록한 뒤 7년동안  21.1%p 감소해 지난해는 69.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과 2017년에 재정준칙을 도입한 오스트리아와 영국도 유예기간을 각각 5년과 4년을 부여해 점진적으로 재전건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준칙 보완장치를 둔 해외사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준칙의 예외조항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가채무 60%와 재정적자 -3%’를 동시에 충족하는 재정준칙을 적용하도록 했다. 1993년 발효 당시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5.8%에 달했지만 재정준칙 도입 후 1997년 2.75%까지 낮아지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23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EU가 정한 재정 준칙을 일시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각 회원국이 EU 재정 준칙에 구속되지 않고 관련 지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면책 조항을 발동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1990년 예산집행법을 통해 ‘페이고(pay-go:버는 만큼 쓰자)’ 원칙을 도입했다. 이에따라 지출이 수반되는 정책을 세우거나 법안을 제출할때 반드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했다.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긴급요구사항’으로 지정해 적용을 면제하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독일 역시 자연재해나 국가통제를 벗어나 재정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다른 나라들도 위기 시에 재정준칙을 도입했는데, 이들도 (재정이)가장 악화한 시기 바로 다음 해부터 준칙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대개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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