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한국에 특별한 나라이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어제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들을 만났는데 땀 흘리며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베트남 양국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한·베트남 매직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3일 쩐 다이 꽝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양국 협력에서 방점을 찍고 볼 대목은 뭘까? 박노완 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에게 물어봤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사진=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
-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지 소개해주세요.
= 인도차이나반도의 동쪽,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전략적 관문에 위치한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있지만 역사적·정서적으론 오히려 동북아시아에 가까운 나라입니다.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입과 식민지배 및 분단 극복의 역사를 겪었고 높은 교육열,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 유교문화 영향도 많이 남아 있어 한국과 역사적·정서적으로 유사점이 많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1986년 ‘도이머이 정책’ 채택 이후, 개혁·개방을 본격화함으로써 적극적인 외국인투자(FDI) 유치 등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또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 중입니다.
- 현재 우리나라와 관계에서 베트남은 어떤 가능성을 가진 나라인가요?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에 그쳤던 한국과 베트남 간 무역 규모는 137배로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네 번째 교역국이 되었습니다. 이는 아세안 10개국과 전체 무역액(1597억 달러)의 43%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나라인 베트남은 1억 가까운 인구 중 30세 이하 인구가 60%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중산층이 증가 추세에 있어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 양국 협력 필요성 강화”
- 교역 및 협력에서 베트남은 우리에게 어떤 파트너인가요?
=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래 꾸준히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2019년 1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발효에 이어 2019년 6월 말 베트남·유럽연합(EU) FTA 공식서명 등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한국과 베트남을 둘러싼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간 무역, 투자, 건설, 인프라, 금융, 공적개발원조(ODA), 인적교류 등에서 깊고 넓은 협력관계를 이어온 양국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보건·의료, 농축산식품, 유통물류, 스마트시티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모색해나갈 것입니다.
특히 베트남이 추구하는 자국 산업 자립화 노력을 우리가 적극 지원하면서 한국의 부품소재 업체들과 윈윈하는 방식으로 산업협력을 확대해나가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양국 간 경제협력 발전 추세로 볼 때, 이제 베트남은 우리에게 단순히 ‘중국+1 시장’의 의미를 넘어 ‘경제 4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 그 분야의 가능성을 말씀해주세요.
=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박항서 감독 신드롬과 축구에 대한 인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2018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의 아세안 축구 선수권대회(AFF) 스즈키컵 우승 등 전례 없는 위업을 통해 베트남 국민들의 자신감은 높아졌습니다. 베트남 경기가 있을 땐 경기장에 태극기와 금성홍기가 나란히 휘날립니다. 우리 국민 역시 베트남 축구팀 승리 소식에 기뻐합니다. 이렇게 한층 돈독해진 양국 관계를 잘 일궈나가는 게 중요 과제입니다.
또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 열풍을 보면 소프트 파워의 영향력과 파급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CGV, 롯데시네마 등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베트남 영화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 간 관심과 호감도 제고는 활발한 인적교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양국 상호 방문객은 약 400만 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45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반도 평화구축 및 비핵화 과정에 기여”
- 2018년 초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양국 교류 상황은 어떤가요?
= 2018년 3월 문 대통령 국빈 방문 시 양국은 정상급 교류의 연례화 등 고위급 간 활발한 소통으로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양국은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의 베트남 방문과 국회의장, 부총리의 방한 및 제1회 한·베트남 경제부총리 회의 개최 등 수시 교류를 통해 상생번영을 위한 협력의 동력을 유지·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양국 국민 간 교류 지원을 위해 주 다낭 대한민국 총영사관 개설 추진, 하노이 및 호찌민 사증신청센터 개소, 베트남 대도시(하노이, 호찌민, 다낭) 거주자 대상 5년 비자 도입 등을 추진한 결과 2018년도 양국 상호 방문객 수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 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베트남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한국과 교역 1위, 투자 1위, 인적교류 1위일 뿐 아니라, 올해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노이에서 개최해 한반도 평화구축 및 비핵화 과정에도 기여하는 등 신남방정책의 세 기둥, 즉 번영(Prosperity), 사람(People), 평화(Peace)에서 다른 국가들을 선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베트남 간 협력의 폭과 깊이는 다른 신남방정책 대상국들이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한·베트남 간 경제협력이 나머지 국가들과 경제협력 강화도 추동하면서 궁극적으로 신남방정책 전체 진전을 견인할 수 있길 바랍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