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군함도 역사왜곡 일본은 독일의 ‘촐페라인 탄광’을 보라”

  • 등록 2020.07.09 1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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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과 달리 ‘강제노역’ 단어 역사관에 새겨 유네스코 등재 주변국들 반대 없어”
“日, 조건부 등재 유네스코와 약속 안지켜…‘강제 동원’ 언급 없이 관광지로 개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이 있다. 과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에도 반복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해야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에 뼈아픈 상처를 준 과거는 외면한 채, 꼼수를 부리며 자국의 근대화 관광지로만 알리려는 곳이 있다. 일본 군수 대기업인 미쓰비시가 조선인을 징용한 탄광 섬 ‘다카시마’ 바로 옆에 있는 하시마, 일명 ‘군함도’다.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들이 포함된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는 대신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만들어 전시관에 강제노역 사실을 병기하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보센터에는 강제 노역을 부인하는 자료를 전시했다. 엄연한 역사와 진실이 묻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3일 군함도 등 일본의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록 취소 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유네스코 사무국에 보냈다. 이에 유네스코는 25일 ‘공정한 평가를 진행하고,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3일 한국과 일본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충돌했다. 한국은 “일본은 세계유산 등록했을 때의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관계국인 한국이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전 세계에 알려온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7일 일본의 계속되는 꼼수에 대해 지적하고 세계 주요 언론사에 관련 자료를 보내며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책브리핑은 서경덕 교수를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정책브리핑과 인터뷰하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충돌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본이 항상 조건부를 달고 이행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입니다. 먼저 지르고 얼버무리는 스타일요. 일본 정부는 5년 전 군함도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건립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면피용으로 사토쿠니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가 얘기한 부분만 적어놨다고 하더라고요. 전시 내용을 유심히 보면, 대만 사람들이 받았던 월급봉투나 섬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인에게 월급은 물론 차별한 것을 본 적도 없다고 소개합니다. 맨날 하던 방식입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전시하는 것이죠.

하지만,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은 하시마에 있었던 풀스토리에 대해 명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조건부 등재라고 봐야 하는데, 일본은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주요 언론 매체에서 일본의 강제동원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얼마 전 교도 통신이 역사 수정주의에 관련해 일본 정부가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이 문구를 그대로 따와서 7일 뉴욕 타임스, CNN, BBC, CCTV, 인민일보 등 전 세계 20개국 50개 대표 언론사에 일본이 5년간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료를 보냈고, 이러한 일본의 역사 왜곡을 보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해외 언론을 통해 일본을 압박해 나갈 것입니다.

 군함도에 직접 다녀오셨는데, 어떤 모습인지 설명해주세요.

군함도는 2015년 7월 유네스코 등재되기 전인 그해 초반부터 매년 갔습니다. 한국에 군함도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2015년 9월 MBC 무한도전 팀과 다카시마 공양탑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다카시마 공양탑은 미쓰비시가 한인 유골 매장지를 알린다는 명목으로 세운 곳이지만 방치된 상태였고, 이 모습이 그대로 방송으로 나갔습니다. 이후 한국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그곳의 입구를 막아버렸습니다. 나가사키 시청 쪽에 연락해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함이 그 안에 있는데 막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는데, 시청에서는 미쓰비시로, 거기선 또 정부로 답변을 계속 돌렸습니다.

‘다카시마 공양탑’ 입구를 막아버린 일본 정부.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센터를 나가사키 항에 안 만들고 도쿄에 만든 것입니다. 사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정보센터가 개관하기 전에 최첨단 ‘군함도 디지털뮤지엄’과 ‘군함도 전시관’이 만들어졌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언론에 얘기했지만, 정부에서는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입장료가 약 3만 원 정도로 비싸지만, 정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일명 관광 필수코스죠. 이런 것들이 계속 만들어졌는데,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었는지 안타깝게도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군함도 일대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서 교수는 “군함도 주변이 유네스코 등재되고 나서 빠르게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지만, ‘강제 동원’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찾을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 교수가 군함도에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그 이후 군함도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모두 봤습니다. 등재되기 전과 후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본은 그곳을 역사적 배경을 알리기보다 세계문화유산 관광지로만 발전 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등재 후에 군함도 주변에 갑자기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유람선 관광 담당회사에 저게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관광회사는 누구나 신청하면 낚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관광지화 하는 거죠. 하지만 안내소와 안내 책자, 영상(AR·VR) 서비스가 계속 업그레이드 됐는데, ‘강제 동원’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일본 측의 군함도 관련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유네스코에 우편을 발송하거나 뉴욕 타임스퀘어에 ‘군함도 진실’이라는 영상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21개국 위원회에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내용을 답사하면서 봤던 것과 영상 등을 담아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전에도 계속 보냈고, 유네스코로부터 공식적인 답변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는 확실치 않은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은 비용적인 측면을 무시 못 할 것입니다.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하면서 일본이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유네스코의 답변에 따르면, 정확한 사항을 일본 측 유네스코 위원회에 제대로 인지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유네스코도 특별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서 세계 각국의 대표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일본 측과 해외 반응은 어떠한가요?

이제 제가 SNS에 글만 올려도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기사화가 됩니다. ‘야후 재팬’에 메인에 게재될 정도니,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알아볼 정도입니다. 심지어 일본인들이 제 이름으로 사칭 계정을 만들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만들어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야후 재팬’에 게재된 제 기사를 보고 의식 있는 일본 젊은이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서 몰랐다며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반응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군함도 관련해 타임스퀘어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광고를 낸 적이 있어서 해외에서도 반응을 보내왔는데,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섬 혹은 관광지로 알고 있었던 거죠. 군함도로 관광하러 가면 해설사가 ‘강제노역’이라는 말은 절대 언급 안 하기 때문에 그저 일본의 성장단계를 볼 수 있는 관광지로 알게 됩니다. 제가 그 해설사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왜 언급 안 하는지 물어봤지만, 지시를 안 받았다고만 대답합니다. 즉 그냥 관광회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정부와 국민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정부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일회성으로 반박 표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 있는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외에 알릴 필요도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의 힘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과 교류할 것은 하고, 역사적으로 왜곡해 잘못한 것은 지적하면서 강력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서경덕 교수가 일본의 군함도 등 역사 왜곡 사실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전 세계에 광고를 내고 제보하는 것은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다르며, 그것이 함께 이어져야 효과가 있습니다.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교집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군함도 대책위원회(가칭)를 만들고 민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 측과 민간 차원에서 나아갈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문체부와 외교부 모두 포함됩니다. 아울러 역사 왜곡 대응 관련 민간단체도 많으니 그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 군함도 관련 앞으로 계획은?

일본도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드러날 때가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역이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해 해외에 알리려 합니다. 이번이 기회입니다. 다음 세대에게는 이러한 불편함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정보센터를 아직 못 갔는데, 침투가 가능해지는 순간 가장 먼저 가서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특파원들이 계속 관련 내용에 대해 물어보는데 가서 확인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제 SNS를 많이 보기 때문에 파급력이 큽니다.

일본의 군함도 관련 역사적 왜곡과 가장 비교되는 곳이 독일의 ‘촐페라인 탄광’입니다. 촐페라인 탄광은 2001년 유네스코에 등재될 때 이미 ‘강제노역’의 단어를 역사관에 새겨놨기 때문에 주변국에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반대로, 일본은 등재될 때도 거짓말하고, 등재되고 나서도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비교되죠. 비교 분석을 통해 일본이 역사 왜곡을 통해 주변국을 얼마나 기분 나쁘게 하는지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일본에 얘기해도 아무 소용 없기 때문에 세계적인 여론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책브리핑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하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장영환 기자 wkd30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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